[시각과 전망] 봄 축제에 담아낸 저출산 극복

입력 2024-04-30 18:47:49 수정 2024-04-30 19:35:26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기념할 날들이 많은 5월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마다 각종 축제를 집중적으로 마련하면서 '축제의 계절'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의 달이다.

경북의 시·군청 공직자에겐 축제 지원에 차출되느라 가족들에게 죄스러운 달이기도 하다. 축제·행사가 몰린 5월, 어린아이가 있는 공직자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일·가정이 양립해야 한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아이 돌보기 좋은 도시'라는 말이 구호에만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 구호가 공직사회에서는 다른 나라 일처럼 여겨져서도 안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올해 지역사회에 던진 화두는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다. 지난해 던진 화두 '지방시대'는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지방시대'를 위한 경북도의 각종 정책이 행정안전부 주관 '2024년 정부합동평가'에서 우수 정책 사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 도지사는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 이후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더라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와 공동체가 육아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인구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다룬 책을 '인구 전쟁 2045'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인구' 문제를 대한민국 생존이 담긴 '전쟁'으로 본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도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413년 부산에서 마지막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2505년 서울에서 마지막 시민이 태어나며, 2750년 인구가 없어 소멸 국가가 된다고 분석했다.

경북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저출산 극복에 한목소리를 낸다.

안동시의 저출산 극복 고민은 3일부터 시작되는 '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에도 녹아 있다. 전통 민속 축제를 글로벌 놀이 축제의 모범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고 있다. 이 밖에 조직 개편을 통한 '인구정책과'를 신설하고, 다양한 정책으로 '아이 돌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축제의 'K-PLAY 색동놀이'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 프로그램이다. 이름만 들어도 어릴 적이 떠올라 정겨운 전통 놀이를 마련해 놓고 있다. 굴렁쇠 굴리기·딱지치기·사방치기·자치기·실뜨기·고무줄놀이·산가지놀이·칠교놀이·공기놀이·지게발걷기 등 어른들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새로운 재미와 신명 난 체험으로 기억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동시는 맞벌이 가정 엄마·아빠가 퇴근 후 아이들과 놀 수 있도록 안동시육아종합지원센터 상상놀이 체험실을 야간에도 운영한다. 아픈 아이의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집까지 안전히 돌려보내는 '아픈 아이 병원 진료 동행 서비스'도 한다. 무엇보다 행사·축제로 가족과 같이 보내지 못할 젊은 직원들을 비상근무에서 제외시키려는 동료들의 배려가 솔솔 번지고 있다. '일·가정 양립'을 조직원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축제의 계절'로 인해 '가정의 달'이 힘들어지고, '아이 돌보기 좋은 도시'가 무색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안동시가 선제적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