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아닌 금피?…가뭄에 원두 수확량 급감, 커피값 또 오를까

입력 2024-04-26 22:45:55

마트에서 판매 중인 커피 원두. 연합뉴스
마트에서 판매 중인 커피 원두. 연합뉴스

커피 원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상 기후의 여파로 커피 원두 농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원두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커피 시장의 양대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 원두'의 원두 기준가가 올해 약 50% 급등해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원두 재배 농가들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 로부스타 공급량의 3분의 1가량을 맡고 있는데, 가뭄으로 원두 생산량이 줄면서 현지 원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로부스타 품종은 인스턴트커피나 에스프레소, 커피 품종을 혼합하는 블렌딩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중부 닥락성의 커피업계 단체 간부인 '찐 둑 민'은 원두 주요 생산지인 중부 고원 지방 호수들이 고온 건조한 날씨로 저수량이 크게 줄었고, 지하수도 말라붙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닥락성의 2024~2025년 시즌 원두 수확량은 전년 대비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원두 가격 역시 현재 kg당 13만동(약 7천60원)에서 향후 15만동(약 8천1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는 각국의 날씨가 더욱 불규칙해지고 건조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원두 공급 부족 추세가 4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커피 원두가 가격이 급등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말 1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 2022년 여름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이 최악의 가뭄과 한파에 시달리면서 연간 2배 가까이 폭등(1.28→2.5달러)했었다.

당시 브라질 커피협동조합 호세 마르코스 마갈량이스 회장은 "2020년 조합 원두 생산량은 220만 포대였지만 올해는 100만 포대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커피 한 잔에서 원두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 5%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원두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커피값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작황 부진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호주기후연구소는 2050년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가량 사라지고, 2080년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 연구팀도 2038년 커피 생산량이 40~5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