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도 하고 문화 생활도 하고"…아트슈머, MZ세대 사이에서 확산
더현대 대구, 백화점 1층 작품 전시 공간 마련…집객 효과↑
신세계, 50여년간 '신세계 갤러리' 운영…직접 판매도
봄철을 맞은 백화점 업계가 상춘객의 발길 잡기에 나섰다. 1년 매출의 시작을 알리는 봄 시즌에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을 맞으며 오프라인 점포에 힘을 쏟고 있는 백화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트 마케팅'이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백화점의 입지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응하는 소비자층은 '아트슈머(Art+Consumer)'다. 이들은 문화적 만족감도 얻으면서 물건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다. 백화점은 아트슈머를 겨낭해 예술 작품을 백화점 내외부 한켠에 전시하거나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관이 백화점에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이 실질적인 집객 효과로 나타나면서 백화점은 공격적으로 아트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봄을 맞아 전국 16개 전 점포에서 '어웨이큰 더 시즌'(Awaken the Season)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 행사를 진행한다.
더현대 대구는 지난 2일 세계적인 설치 작가인 루크 제람의 공공 예술 작품 '달의 박물관'을 백화점 1층에 설치했다. 지난 12월부터 약 3개월간 같은 자리에 있던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Gazing Ball)'의 후속 전시다.
1층과 2층 사이에 거대하게 자리한 이 달은 실제 달의 모습을 50만분의 1로 축소해 구현한 지름 6m 크기의 초대형 설치작품이다. 달 프로젝트는 영국, 중국, 호주, 인도, 프랑스 등 30개국에서 300회 이상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돼 왔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앞서 전체 리뉴얼을 단행한 후 2022년 12월 '더현대 대구'로 새로 태어나면서 백화점 1층 정중앙에 위치해 있던 매장 공간을 모두 드러내고 미술 작품 설치 공간을 조성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 층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구현한 건 더현대 대구가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이라며 "특히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층 중앙 공간을 미술 작품 설치에 쓴 건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포기하는 파격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전 점포에서 아트 마케팅에 힘을 싣는 중이다. 지리 여건과 방문객 특성 등을 고려해 점포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해 전국 점포에 '아트 스폿'을 순차적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 달 19일까지 대형 조각 예술 작가인 캔 캘러의 작품 '가든 오브 드림스'가 판교점에 특별히 설치된다.

◆명품 대신 예술 작품 놓는다
신세계갤러리도 마가레텐회에(Margaretenhöhe) 공방의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오는 21일까지 대구 신세계백화점 8층 신세계갤러리에서 '쓰임: 100년 공방 마가레텐회에와 이영재' 전시회를 개최한다.
마가레텐회에는 1924년 독일 에센 지방에 설립된 생활자기 공방으로 노동자를 위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자는 '바우하우스(Bauhaus)'의 이념을 실천하며 실용적인 도자기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현재 마가레텐회 공방을 이끄는 이영재 작가는 40여년간 제작한 도예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도자 공방으로 운영 중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오랜 기간 아트 마케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신세계 백화점이 운영하는 '신세계갤러리' 역사는 1966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국내 백화점으로는 최초로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개관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0년 신세계 강남점 역시 아트마케팅 강화를 위해 리뉴얼을 단행해 3층 명품 매장을 국내외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것을 넘어 업계 최초로 직접 판매까지 나섰다. 신세계 소속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도움을 주는 식이다.

◆'영앤리치' MZ세대…디깅소비와도 밀접
백화점이 아트 마케팅을 확대하는 것은 최근 패션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쇼핑을 하러 와서 예술 작품 등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젊은 고객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미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63%에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6%포인트 뛰었다.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예술계의 큰손이 MZ세대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주식 등 기존 자산 증식 방식에 빨간불이 켜지자,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품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분석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에 따르면 MZ세대 전체 구매자는 2022년 기준 최근 3년 동안 평균 약 7.5점이었다. 구매 총액이 높은 상위 구매자는 약 20.8점을 구매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아트슈머는 자신의 취미를 더 깊이 파고드는 '디깅 소비'와도 연관돼서 이런 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MZ세대 영앤리치를 중심으로 아트슈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풍부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 예술 작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깅(Digging) 소비 = 본인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들어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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