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 관세' 한국 수출 직격탄…"최혜국 대우 받아도 불안"

입력 2025-08-07 17:40:17 수정 2025-08-07 19:57:25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을 경우에는 예외"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 통보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8월1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 통보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8월1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 선언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고 강조하지만, 업계는 가격경쟁력 악화와 공급망 재편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투자 행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 제품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품은 예외"라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 유치를 위한 전방위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106억달러(14조7천억원) 규모의 반도체를 미국에 수출했다. 자동차에 이은 대미 수출 2위 품목으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수출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현지에 생산거점이 없는 SK하이닉스, 중국 시안 공장을 활용하는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및 R&D 시설을 추진 중이나 2028년 가동 예정이고, 삼성전자의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은 2026년 가동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반도체 품목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관세가 15%로 정해지면 우리도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며 "100%, 200%가 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냉담하다. 관세 부담은 완성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이는 부품 단가 하락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완제품 가격 상승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외에도 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어, 한국의 수출 구조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이 25일 전후로 열릴 것으로 예측하면서 관세 협상에 이어 안보·통상 전반에서 트럼프의 '청구서 외교'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은 국내 기업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공공투자 확대와 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