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간 다툼으로 얼룩진 무료급식소
인근 노인 몰리며 경쟁 과열돼...폭행·고성 등 이어져
주변 상인들 피해 목소리 높지만 마땅한 대책 없어
끼니를 거르는 노숙인들을 염두에 두고 운영되는 무료급식소에 다른 식객들까지 몰리며 사람 대신 물건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때때로 다툼까지 일면서 인근 상가에서도 피해를 호소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9시쯤 찾은 대구역 3번출구 인근 광장. 보도블록 위로 주먹만한 돌멩이부터 전단지, 박스, 페트병, 가방 등 온갖 잡동사니가 일렬로 광장을 에워싸다시피 늘어서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이곳에서 이뤄지는 무료급식을 받고자 일찍부터 집을 나선 사람들이 두고 간 물건들이다.
깡통 하나를 주워 줄을 세우고 있던 김종호(64) 씨는 "토요일마다 300명 정도가 밥을 받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밥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줄을 서 있을 순 없으니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을 이용해 일찍 줄을 서는 행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정된 음식을 두고 소수의 노숙인과 다수의 인근 노인 등 여러 사람이 경쟁하다 보니 줄을 서는 과정에서 새치기 등 다툼이 빈번했고, 이를 막고자 이용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규칙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구별이 어려운 물건들은 이용객들 간에 싸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날도 오후 4시 40분쯤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줄 사이에서 여성 3명이 돌멩이 하나를 두고 서로 제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용객들은 다른 무료급식소와 달리 이곳만 유독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주거나, 손바닥에 숫자를 적어주는 다른 무료급식소와 달리 이곳은 단순히 줄을 서는 방식으로만 운영돼 다툼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매주 수백여 명의 이용객들이 몰려 소란을 피우자 인근 상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꽃집을 운영 중인 김모(49) 씨는 "매번 돌멩이나, 종이 등을 두고 욕을 하며 싸워대니 거리 분위기가 흉흉해진다"며 "얼마 전에는 줄지어 늘어선 물건이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으려던 행인에게 어떤 노인이 달려와 주먹질을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매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만 대책은 요원하다. 구청과 경찰 등 관계당국은 신고와 민원 등이 제기될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대구역을 떠나면 다툼이 줄어드는데 이분들은 도움의 손길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료급식 주최 측 관계자는 "우리가 오기 전에 충돌이 일어나는 줄은 몰랐다. 더욱 현명하게 무료급식을 진행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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