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공천헌금을 내는지 궁금하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나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대가로 당에 '특별 당비'란 명목의 수억원대 돈을 내는 드러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급조된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1번에 사회 경력이 전무한 30세 여성을 공천했다가 17억원의 공천헌금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상실하고 당 대표와 함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공천 대가를 주고받는 관행이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선거자금이 부족한 야당은 당선권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공천헌금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이하게도 출마자에게 특별 당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으로 은혜를 갚는 '보은 공천'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거대 양당의 '공천장' 가치는 공천헌금 사례를 감안하면 대략 10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광주고검장 출신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및 위증교사 사건을 맡고 있는 박균택 변호사는 민주당 광주 광산갑 공천을 받았다. 역시 '공천=당선' 공식의 광주 서구을에는 2022년부터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대응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 고검장 출신 양부남 변호사가 공천을 받았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대략 건당 1억~2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박 변호사는 최소 5억원의 수임료를 받는 것이 정상이지만 성남FC 사건 수임료로 수백만원 수준의 실비만 받은 것으로 주변에 알려졌다.
고검장 출신 두 변호사는 이 대표로부터 변호사 수임료로 얼마를 받았는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총선에 출마한 공당 후보의 기본 자세다. 이 대표 스스로 자신의 변호사들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변호사비 지급 내역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도 방법이다. 변호사비 대신 공천을 준 것이라면 매관매직 행위로 사법 처리 대상이다.
대장동·위증교사 사건에 이름을 올린 조상호 변호사는 서울 금천구에 출사표를 냈으나 '친명' 의원과의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하는 김동아 변호사는 경기도 평택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지역구를 바꿔 민주당이 '청년전략지구'로 선정한 서울 서대문갑 경선 후보로 뛰고 있다.
다른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기표 변호사도 경기도 부천을에서 경선 중이고, 이 대표 법률특보 출신 임윤태 변호사는 경기도 남양주갑 경선에서 떨어졌다.
경기주택공사 사장을 지낸 이헌욱 변호사도 경기도 용인에서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과 경선 끝에 탈락했다. 김용이 옥중 서신을 통해 '이 대표의 오랜 정치적 동지를 부탁한다'는 지지 선언까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도 민주당에 영입됐지만 위성정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상고심에 '상고이유서'를 써주는 등 이 대표와 각별한 '사법적' 인연을 맺었다.
대장동 변호사들이 줄줄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이 대표의 보은이라고 여기는 것은 억측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사표를 던진 대장동 변호사 대부분이 공천장을 받게 된 것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권리 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신인 가산점에 '고검장' 가산점까지 받았다.
이 대표는 이미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변호사 수임료를 대납한 의혹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도 '변호사비가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적시, 사건이 완전 종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들이 대거 민주당 공천장을 받아 들고 총선에 나선 것에 대해 '변호사비 공천 대납'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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