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에 쪼그라든 유아용품업계…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외려 ‘탄력’

입력 2024-02-22 16:38:05 수정 2024-02-23 14:27:14

“아이 한 명에게 전폭적인 지원”…명품 유아의류 인기
버버리 칠드런·몽클레르앙팡…매출↑

지난 22일 대구 신세계백화점 7층 유아용품 매장 내 입점된 버버리 칠드런의 모습. 한소연 기자
지난 22일 대구 신세계백화점 7층 유아용품 매장 내 입점된 버버리 칠드런의 모습. 한소연 기자

저출생의 여파가 유아용품 판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아용품 시장 자체는 위축된 반면 한 명의 아이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소비 추세에 고가의 프리미엄 유아용품 매출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일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기저귀, 분유, 베이비로션 등 유아용품 매출이 하락했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 4분기 기준 기저귀 매출은 20%, 분유 매출은 15% 줄었다. 다른 대형마트 역시 기저귀와 분유 매출이 각각 6%, 20% 감소했다.

유아용품 매출의 내리막길은 온라인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패션 거래액 중 아동·유아용품 거래액은 5조2천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27조3천470억원으로 8.3% 신장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하면 저조하다.

한파가 부는 유아용품 시장에서 유일하게 웃는 것은 백화점 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저출생으로 귀해진 자녀나 조카, 손자 등을 위해 지갑 열기를 마다치 않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대구 신세계백화점 7층 유아용품 매장에는 조부모와 함께 아이 옷을 사러 온 가족부터 젊은 부부들이 버버리 칠드런, 몽클레르앙팡 등 명품 프리미엄 의류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날 대구 북구에서 어린 자녀와 백화점을 찾은 송모(34) 씨는 "비싸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주변 아이들이 명품 같은 고가의 옷을 입으면 신경 쓰이는 것이 부모 입장"이라며 "아이에게는 명품이라도 최대한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이 하나를 위해서 10명의 어른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 아이가 황금처럼 귀하다는 뜻의 '골든 키즈', 아이 한 명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한다는 의미의 'VIB(Very Important Baby)' 등 다양한 신조어들도 등장했다.

디올의 베이비 보디슈트는 100만원대를 호가하지만,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이외에도 펜디 키즈, 지방시 키즈, 몽클레르 앙팡 등 적게는 50만원대에서 2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 라인업도 높은 판매율을 보인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부가부, 스토케 등 프리미엄 브랜드 유아용품 매출은 25% 늘었고 펜디키즈, 지방시키즈 등 명품 유아용 브랜드 매출은 1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이 15%, 현대백화점에서는 26.7% 늘었다.

이러한 추세에 백화점들은 2022년부터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확장하며 리뉴얼을 강화해 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22년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베이비디올 1, 2호점을 열었다. 같은 해 대구 신세계백화점에도 몽클레르앙팡, 버버리칠드런 등 명품 매장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광주점 등도 2022년부터 버버리칠드런, 지방시키즈, 겐조키즈, 몽클레르앙팡, 펜디키즈 등을 입점시켜 왔다.

백화점 관계자는 "아이를 한 명만 낳고 잘 기르자는 생각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늘어나면서 '영유아 프리미엄' 산업도 도리어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이런 상품군을 지속해서 강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