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봉 대구시인협회 사무국장
아침에 일어나 동창을 열면 남천나무 울타리가 먼저 보인다. 여름 내내 초록 나뭇잎이 늦가을 무렵부터 붉게 단풍 들기 시작해 빨간 열매가 방울방울 귀엽게 매달리면 빨간 열매와 붉은 잎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맵시가 드러나는 남천. 한겨울이 되고 눈발이 몰아쳐도 시드는 법 없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한결같은 나무가 남천이다. 열매도 이쁘고 나뭇잎도 화려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펴보면 남천은 사람의 몸에 이로운 점이 많은 나무다. 열매는 해수, 천식, 백일해, 간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에게 좋고, 나뭇잎은 강장제로 쓰인다.
관상수로도 이만한 게 없다. 어쩌면 단풍보다 더 화려하고 친근하고 예쁜 나무가 남천이 아닐까 싶다. 도심지에서도 어느 길가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울타리로 심거나 정원수로 식재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원수로 많이 재배하는 이 나무는 1m 정도로 아주 작은 나무로 보이지만 관리 차원에서 전지해주어 작게 보일 뿐 자연 그대로 두면 약 3m 정도까지 자란다고 하니 작은 나무라 할 수 없다. 잎은 타원형으로 긴 편이며 끝부분은 뾰족하고 잎이 안으로 오므라들어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는 전혀 없을 정도로 2~3개의 잎이 가지에서 붙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분포 지역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까지 널리 퍼져있다. 우리나라에는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식재되어 있다. 남천나무는 주로 석회암 토양을 좋아하여 일반토양에서 자라는 모습과는 대조적일 정도로 석회암 토양에서 왕성한 성장을 보여준다. 일반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며, 생명력도 강하고 내음성도 강해 공장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특이한 나무다. 열매가 붉은 촛불 같다고 남천촉, 잎이 대나무 같다고 남천죽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sacred bamboo(성스러운 대나무) heavenly bamboo(천국 대나무)로 불린다. 줄기까지 붉은색을 띠고 있는 남천은 그 붉은색이 독을 예방하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쳐준다고 하여 진시황제가 남천나무로 젓가락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전한다.
남천의 꽃말은 전화위복이다. 나는 요즘 모든 부분에 전화위복이 이뤄졌다. 작년 한 때 지병이 심각했었는데 아픈 병도 거의 다 나았다. 청춘이 돌아온 듯 날마다 생활에 힘이 솟구친다. 아마도 봄을 부르는 남천의 기운을 받아 회춘하는 모양이다.
남천나무에 매달린 작고 앙증맞은 빨간 열매 송이처럼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두고 살아가리라. 겨울은 구름 수레에 실려 가고 곧 봄이 올 것이다. 봄볕에 눈 녹을 때 개울물 찰방대는 소리 들리면 당신이 내게 오는 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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