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달빛철도 특별법이 최근 난기류를 만났다.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입장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수요가 없거나 경제성이 낮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면밀한 사전 검토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예타 제도가 순기능만 가진 건 아니다. 예타에서 경제성 분석은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것이고, 편익의 크기는 대부분 시설 이용자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같은 사업이라도 국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모여 사는 수도권은 경제성이 높게 나오지만, 지방 도시나 인구 과소 지역은 경제성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198㎞ 구간에 건설될 예정이다. 국내 철도는 1900년대 초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대부분 남북 방향으로 건설됐다. 그런 점에서 달빛철도는 지선과 완행 노선을 제외하면 최초라고 할 만큼 비수도권 도시들을 동서 방향으로 연결하는 간선철도라는 의미가 있다.
영호남의 대표 도시이자 지역 정서와 정치색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대구와 광주 사이에는 물리적 거리 이상의 장벽이 존재해 왔다. 두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있지만, 영·호남의 단절이 고착된 상황에서 고속도로는 최소한의 교류를 유지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철도는 도로와는 차원이 다른 수송 용량과 속도로 지역 간 이동과 교류를 활성화한다. 여기서 두 가지 주목할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사람과 물류 모두 남북 방향으로 이동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급 서비스 기능과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달빛철도는 단순한 철도 노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달빛철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고착된 동서 장벽을 뚫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영호남이 함께 새로운 기회의 창을 만들어 두 지역 모두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달빛철도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국토의 동서축 간선철도는 자원의 합리적 재배치와 국가균형발전에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달빛철도 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전되지 못한 것은 통행 수요 부족에 따른 경제성 부족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대부분 공공재이고, 시장이 실패하는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SOC 투자의 경우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쇠퇴가 지속돼 급기야는 국가균형발전에 국가의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왔다.
일부 공공투자 사업의 경우 수요에 바탕을 둔 경제성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방에 대한 뚜렷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지금까지도 예타를 면제한 사례는 많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전국 12개 사업, 24조6천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예타가 면제됐다.
정부는 달빛철도 특별법의 예타 면제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신속 예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속 예타는 예타 기간을 다소 단축시킬 뿐이고, 본질적으로는 같은 절차를 거친다.
달빛철도 특별법에서 예타 면제 조항을 삭제한다면 특별법은 선언적 입법에 지나지 않는 '보통법'이 될 것이다.
이제 달빛철도에 대한 예타 면제를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영호남의 상생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과감한 입법적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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