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관위 인선 TK 배제…또 텃밭 무시

입력 2024-01-14 16:11:18 수정 2024-01-14 20:51:21

'영남당 이미지 불식' 명분에…지역 민심 통로 완전히 막혀
'TK 공천=당선' 분위기 만연…'정치적 갱쟁력' 훼손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찾아 과자를 맛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찾아 과자를 맛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10 총선이 다가오자 보수정당의 '텃밭' 무시 행태가 도지고 있다.

최대격전지인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영남당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는 명분에 대구경북(TK)을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지역 정치권에선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적반하장'식 요구의 고리를 끊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총선에 나설 후보자 공천 작업을 총괄할 공천관리위원 인선결과를 발표했다.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이자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 비례대표인 이종성 의원이 포함됐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부 인사로는 문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일준 변호사, 윤승주 고려대 의대 교수,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회장, 전혜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가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었던 대구경북의 목소리를 여당의 공천 작업에 반영할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앞서 국민의힘의 새로운 지도부격인 비상대책위원 인선에서도 대구경북은 소외됐다.

선출직인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여당 내부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여당의 각종 인선에선 청년, 여성, 쇄신의 아이콘들이 발탁됐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TK 출신인사는 배제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 정권 대통령실 근무자와 내각 출신들이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공천=당선'의 분위기가 완연한 TK지역이다.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을 일구고 있는 이들은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본인이 당선이 되면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겠다고 열변을 토한다.

TK 민심을 여당의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할 통로는 막혔는데 여권 핵심과 가까운 인사들은 여전히 공천권 획득을 자신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민심을 무시한 공천이 향후 지역의 '정치적 경쟁력'(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도 TK의 숙원과제인 대형 현안을 끌고 갈 중량감 있는 중진을 포함해 다선 의원들의 다수 필요한데 최근 여당의 기류를 고려하면 중진과 초·재선이 균형을 갖춘 진용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만 다가오면 도지는 보수정당의 텃밭 무시 관행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며 "대구경북을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면 큰 코가 다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