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표현의 자유와 수용의 자유

입력 2024-01-07 13:37:50 수정 2024-01-07 18:11:40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미술 비평(Art Criticism)'은 미술 작품의 미학적인 가치나 특성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작품을 설명 및 해석하고 그 가치를 판단함으로써 창조 활동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평의 방법이나 태도는 평자의 세계관이나 미적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에 같은 작품일지라도 글쓴이에 따라 관점이나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19세기에 들어서 미술 시장의 영역이 소수의 권력자에서 일반 시민까지 확대되고, 신문이 대량 보급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 다양한 미술의 표현양식과 개념이 나타나면서 몇몇 비평가들은 미술운동을 옹호하거나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영국의 비평가 로저 프라이는 후기인상주의의 대중화에,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비평은 작가에게는 예술세계에 대한 정리 또는 새로운 시각의 제시, 작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대중들에게는 작품과 작가, 그리고 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돼주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미술 비평에서 논란을 일으킨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작가'인 제프 쿤스가 자기 작품에 대한 평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론 게재를 막은 것이다. 뉴욕시립대의 미술사 교수인 로미 골란은 뉴욕의 예술 잡지인 '브루클린 레일'의 요청으로 그의 작품 '튤립 꽃다발(Bouquet of Tulips)'에 대한 평론을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홍보자료에 대해서 승인할 권리를 쿤스가 갖기로 합의했다. 이후 잡지사가 골란의 평론을 쿤스의 스튜디오에 전달했고, 이를 읽어본 쿤스는 골란이 작품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며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이를 발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에 잡지사는 골란에게 평론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으나, 골란은 거부하며 평론 게재를 철회했다. 예술 잡지로서 매체가 가져야 하는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누려온 평론가들의 권리에 반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비평의 발전에 저널리즘이 존재하듯, 미술 비평은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물론 일반적으로 비평의 내용이 작가의 의도와 너무나 동떨어지거나 혹은 무작정 비판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작가와 독자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취향적인 미술의 특성을 매우 잘 이해하기에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비평을 또 다른 의견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참고하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동시대 미술에서 당연시되는 '미술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미술 비평에서는 제한된다면 이것도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용자에게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재한다. 이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수용자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