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소설가
우의와 상징은 이야기를 수용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며 특히 문학을 감상하고 사유를 확장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유능한 작가는 되도록 작품 속에 거대한 이면을 심고자 노력한다. 우리가 흔히 작품의 깊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이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의(寓意)는 다른 사물에 빗대서 '은연중 어떤 의미를 비춘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의를 담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장르는 우화(寓話)이다. 잠을 자고 있는 토끼와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에서 우리가 파악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낮잠 자는 것을 즐기는 토끼와 느리지만 오래 걸을 수 있는 거북이의 습성에 관한 것이 이 이야기의 주요한 주제라고 생각하거나 토끼와 거북이의 속도 경쟁에서 거북이가 이겼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는 표면적으로 등장인물(동물)과 행위와 배경 등 통상적인 이야기의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 이야기 배후에 정신적, 도덕적, 또는 역사적 의미가 전개되는 뚜렷한 이중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말하자면 구체적인 심상의 전개와 동시에 추상적인 의미의 층이 그 배후에 동반되고 있다. 우의적 서사 혹은 우의적 인물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표면적 이야기에서 이면적 이야기로 환원될 때 단일한 의미가 단일한 대상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토끼- 알량한 재주로 꾀를 부리는 자', '거북이- 우직한 품성의 인물' 식의 단선적인 대응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우의는 표면과 이면의 거리가 그리 멀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의와 비슷한 이야기 확장의 방법인 상징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상징(象徵)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추상적인 사물·개념 따위를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살펴본 우의가 확장된 비유의 역할을 한다면 상징은 암시적 비유로 정의할 수 있다. 상징은 명쾌하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불분명하지만 사유의 여운을 남기는 형태로 이어져 있어서 독자의 해석을 풍부하게 혹은 난해하게 만든다.
한 여자가 거울을 보고 있다. 그리고 거울을 향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묻는다. 여자의 물음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확인의 절차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오직 자신이라야 한다. 지상 최고의 미는 언제나 당신의 것이라고 말해주던 거울이 어느 날, 더 이상 당신은 아름답지 않다고 비아냥거린다.
어떤 의미에서 '백설공주'의 본격적인 서사는 여왕의 좌절에서 시작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여왕의 미를 향한 욕망과 좌절, 질투와 비극적 결말로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면 대단히 복잡하고 넓은 의미를 가진 독해가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같은 텍스트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고 감상하는 일이 상징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설'이라는 착하고 예쁜 여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생각해 보라. 원작에서 백설은 혼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백설공주'를 모티프로 만들어지는 요즘의 영화들 중에는 '백설'의 삶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여왕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는 경우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새로운 성격의 '백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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