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성점화 신임 대표 "기부하는 사람들 모이면 '나눔 시너지' 일어납니다”

입력 2023-12-17 14:15:00 수정 2024-03-31 16:07:28

성점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신임 대표가 사랑의 손하트를 내보이고 있다.
성점화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신임 대표가 사랑의 손하트를 내보이고 있다.

"한 달에 167만원 꼬박꼬박 모은 돈 기부하신 칼국숫집 사장님도 계시고요, 남편 급여는 모두 기부하고 와이프 급여로만 생활하는 공무원 부부도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십니까. 이거 참 쑥스럽습니다"

지난 12일 만난 성점화 대표(뉴프라임)는 본인보다 회원들의 나눔을 치켜세우기 바빴다. 성 대표는 지난 11월 대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230여명의 신임 대표로 추대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만든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회원들에 대한 애정이 크신 것 같다. 대표님의 나눔 이야기도 듣고 싶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모임이나 단체를 통해 기부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보여지는 봉사, 물질과 금전으로 하는 나눔을 실천했었다. 그러다 2015년 예기치 않게 구강암 판정을 받게 됐다. 오랜 기간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으면서 참다운 봉사란 어떤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주위를 살펴보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진짜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여지는 나눔보다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참다운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

-그중 기억에 남는 나눔이 있다면

▶우리 회사 직원이 업무 중에 사고로 사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산재라든지 회사에서 해줘야하는 모든 것들을 다 해줬다. 하지만 직원에게 어린아이들이 셋이나 있었다. 늦장가를 들어 아이들이 너무 어렸다. 남겨진 아이들이 마음에 계속 쓰이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도와주다 회사 이름으로 지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회사 차원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니 또 다른 걱정이 들더라.

내가 이 회사를 언제까지 경영할지도 모르고, 나중에 우리 아들이 (기업을) 승계했을때 (나눔에 대한) 마음이 나와는 다를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예 공증을 받아놔야겠다 싶더라. 그때부터 회사가 보증을 해서 세 명의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월 200만원씩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부 관련 회원으로 등록된 것이 너무 많더라.

▶2017년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105번째 회원, 2019년 대구FC엔젤클럽 14번째 다이아몬드엔젤 회원, 2020년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과 ROHC 15호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많다고 하니 부끄럽다. 하지만 이를 통해 기부에 대한 열정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 나눔에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기부문화가 확산되어 간다. '좋은 일 같이 한번 해보자' 서로 으쌰 으쌰 하며 남을 돕는 일은 점점 커져간다. 나보다 더 열정적인 분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기부 롤 모델도 있는데 그 분은 50억을 기부하셨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보며 나눔에 대한 열정을 더욱 키워간다.

성점화(뉴프라임) 대표는 지난 11월 대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230여명의 신임 대표로 추대됐다.
성점화(뉴프라임) 대표는 지난 11월 대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230여명의 신임 대표로 추대됐다.

-아너소사이어티 대표직을 맡게 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랑과 봉사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안전망 사이로 소외된 이웃이 아주 많다. 그 이웃들을 챙기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직을 맡게 되며 무엇보다도 고액기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 아너소사이어티에는 '5년 약정 기부' 방식이 있다.

1억을 5년에 나눠 내면 우리 회원이 될 수 있다. 이 방식이 조금 더 널리 알려진다면 기부와 나눔이 조금 더 쉽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너소사이어티라고 부자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말한 칼국숫집 사장님 말고도 폐지 팔아 열심히 돈을 모으고 계신 분도 있다. 평생의 꿈이 아너소사이어티라고 하시더라. 그런 의미에서 5년 약정 기부는 여러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인 것 같다.

-부인 분의 반응은 어떠한가. 어떤 일이든 부부가 뜻이 다르면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나눔 DNA는 아내에게 옮은 것이다. 아내는 수십 년 동안 적십자사를 통해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0년 1월 평리동 적십자봉사회 회원으로 가입한 뒤 총무와 부회장을 역임하고 특히 장애인 나들이, 밑반찬 급식 지원, 희망풍차 결연 활동 등 다양한 나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보다는 아내가 더 열성적이다.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나눔에는 아내가 한수 위인 것 같다.

아내는 2013년 사회봉사사업유공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에 이어 2018년 자원봉사유공 4000시간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 2020년엔 장기봉사 20년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을 받았다. 참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아내분이 참 멋지시다. 하지만 대표님도 그에 버금가게 몸으로 보여주는 실질적 나눔 활동을 많이 하시더라. 장애인협회에 카니발 차량을 기부한 것을 눈여겨 봤다.

▶덜덜 소리가 나는 오래된 승합차로 특수장애인을 이송한다는 말을 듣고 곧장 행동했다. 어떤 나눔보다도 차량을 바꿔주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년에 특수장애인 20명을 모시고 제주도를 다녀온 것도 기억에 난다. 장애인 20명이라고 하면 봉사자는 두 배로 필요하다. 비행기 회사에서도 싫어한다.

특수장애인을 태우려면 공간이 그만큼 더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못 태우고 분산해서 제주도로 이동했다. 휠체어를 밀고 당기고 장애인들과 2박 3일 제주도를 다녀왔다. 그때 기억이 참 행복하게 자리 잡았다. 비행기 타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장애인을 선별해서 좋은 추억을 선사했다.

-기부천사라는 부캐(부캐릭터) 말고, 대표님의 본캐(본캐릭터) '뉴프라임 대표'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결혼하고 아내의 돈 1천만원을 밑천으로 마대자루 만드는 기계를 만든 것이 사업의 첫 시작이다. 둘이서 만들고, 배달하고, 돈 계산하고. 그때를 생각하면 어려웠지만 참 행복했다. 그렇게 마대자루 생산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건축물 내장재와 외벽 마감재 등을 생산하고 볼연소재와 난연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수출 전문 기업이다. 주로 중동, 미국, 호주,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나눔 DNA를 전파하는가

▶물론이다. 내가 우리 직원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눔과 기부는 어떤 식으로든 내게 돌아오게 돼있다. 설령 나에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2세, 3세 미래의 자손들에게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다행히 직원들의 호응도 좋다. 참 감사한 일이다. 물론 나도 대표로서 직원들이 화답해 주는 만큼 복리후생이나 이런 것들에 있어 다양하게 지원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어진 사진 촬영. 기자는 성 대표에게 손하트 포즈를 요청했다. 그러자 성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두 손가락을 살포시 포갠다. 그리고 외친다 . 사랑합니다~

나눔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누군가를 꿈을 꾸게 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며,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기자는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부터 너도 나도 손하트를 만들어 내듯, 나눔이라는 문화도 유행처럼 번져가길. '기부도 중독'이라는 성 대표의 말처럼 나눔 문화 또한 일상 속에 자리잡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