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섭
삶과 자연·인간과 사물, 그것이 무엇이든 한 편의 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견과 해석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시의 몸이 될 언어의 개입이 이루어진다. 표현과 수사라는 이름으로. 그런 정련된 언어의 일대 각축장이 곧 신춘문예가 아닐까 싶다.
매일신춘의 오랜 전통에 값할 만큼 질과 양의 양면에서 고른 수준을 보인 점은 고무할 일이나, 중장년층이나 여성 투고자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 대해서는 일말의 우려가 없지 않다.
저마다 뿔을 맞대고 다툰 끝에 김영자의 '와이퍼의 반경', 권인애의 '늦가을 저녁', 정덕인의 '게를 사다', 이미혜의 '모리아에 오르다', 장인회의 '무겁고 가벼운' 등이 최종심에 남았다. 하나같이 생존 현장에 밀착한 작품들이다. 한 편 한 편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대상에 다가가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줬다. 숙고가 이어졌다. 그 결과 결구의 치밀함, 함께 보낸 작품의 균질성 등을 고려해 '무겁고 가벼운'을 올해의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 '무겁고 가벼운'은 삶의 언어, 생활의 정서가 두드러진다. 상반되는 두 개념을 결속한 제목부터가 그렇다. 무거운 것은 '실직의 그늘'이요, 가벼운 것은 꿈의 영역에 가까운 '환한 양지'다. 두 개념 사이에 '새벽녘'부터 '골목을 가로지르'는 '폐지 수레'가 있다. '누가 먼저 다녀갈까/ 조바심 난 발걸음'이 있다. '바퀴'가 '한쪽으로 기울'지언정 '일용할 양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집착과 견딤이 '등이 굽'은 '가난' 속에서도 폐지 수레를 밀게 한다. 어쩌면 그것이 '환한 양지 그 가벼움을' '오늘도 뒤적여 보'는 힘의 원천일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핍진한 현실을 직시하는 이 작품의 행간에서 우리는 시대정신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말, 우리 정서가 배태한 시조의 길에 또 한 사람의 동행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모쪼록 자기다움과 남다름으로 스스로를 다잡아 완주의 각오를 다져주기 바란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아쉽게 손을 놓은 낙선자들의 분발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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