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1분 만에 뚝딱! 샨티 캐리커쳐 서상준 작가가 그려내는 저마다의 개성

입력 2023-12-03 14:30:00 수정 2024-03-31 16:06:34

1분만에 그려내는 사람들 얼굴
다르게 가진 특징 빠르게 캐치
그림 받고 웃던 시각장애인 기억
손님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집중

샨티 캐리커쳐 대표 서상준 작가가 자신의 캐리커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샨티 캐리커쳐 대표 서상준 작가가 자신의 캐리커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1분 만에 그려드려요' 주말 저녁 동성로를 걷다 발견한 문구 하나. 나를 1분 만에 그려준다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작가 앞에 앉았다. 그리고 1분 뒤. 큰 눈, 동그란 코, 웃을 때 튀어나오는 광대. 기자의 특징을 담은 그림이 탄생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하하 호호 웃는다.

"그때 벙거지 모자 쓰셨었죠?" 기자를 단박에 알아보는 샨티 작가. 인터뷰를 위해 찾은 작가의 작업실은 대구 봉산동 김광석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샨티'라는 예명을 쓰는 작가의 이름은 서상준. 서 작가는 김광석길에서 9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길거리에서 1년 정도 그리다가, 그 돈을 모아 조그맣게 가게를 차렸어요. 그리고 조금 더 넓힌 이 가게로 옮긴 지는 4년 정도 지났네요. 기자님 그려 드렸던 것처럼 동성로나 수성못, 아니면 전국 곳곳으로 그림 버스킹을 나가기도 합니다. 그때는 잠깐 가게 문을 닫아 두고요"

지난 여름, 동성로에서 그림 버스킹을 하는 서상준 작가.
지난 여름, 동성로에서 그림 버스킹을 하는 서상준 작가.
기자의 특징을 잡아낸 캐리커쳐가 1분 만에 탄생했다! 기적의 1분.
기자의 특징을 잡아낸 캐리커쳐가 1분 만에 탄생했다! 기적의 1분.

작업실 뒤편에는 서 작가의 캐리커쳐가 크게 걸렸다. 유명한 맛집은 사장의 얼굴이 내걸리는 법. 그림 맛집 샨티 캐리커쳐에는 서 작가의 얼굴이 떡하니 붙었다. 손님들은 이곳을 포토존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저 맞아요~ 많이 닮았죠? (웃음) 캐리커쳐 시작했을 당시 그렸던 것 같네요. 대학생 때 인도 여행을 갔었는데, 거기서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고 식사 초대도 받고 여러 경험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캐리커쳐의 길을 걷게 됐어요. 제 예명 '샨티'도 인도말이에요. 제가 인도에서 들었던 '샨티'라는 말은 긍정적인 모든 의미들을 다 내포하고 있었어요. 평화 우정 사랑…"

'샨티'라는 예명 답게 서 작가의 작업 시간은 늘 웃음이 넘친다. "몇년 전 시각장애인이 손님으로 찾아 와 주셨는데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캐리커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좀더 깊이 할 수 있는 계기였기도 하고요" 시각장애인의 얼굴을 그리면서 서 작가는 생각했다. 볼 수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의아함은 잠시. 시각 장애인 손님은 그림을 받고 너무 좋아했다. 코는 어떻게 그렸어요? 눈은 어떻게 그렸어요? 이것저것 묻는 손님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림은 평면이지만. 이게 더 깊이 들어가면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람을 관찰하고, 자세히 바라보며 소중한 시간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웃음들. 이것이 캐리커쳐가 가지는 가치가 아닐까요. 결과물도 중요하겠지만 그날 이후로 캐리커쳐를 그리는 시간들까지 소중히 여기게 됐습니다"

대구 대봉동 김광석거리에 위치한
대구 대봉동 김광석거리에 위치한 '샨티 캐리커쳐'

사람들은 다 다르게 생겼다.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최측근들은 그들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관찰하는 게 재밌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지하철을 많이 타요. 사람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가 이만한 데가 없어요. 여러 사람들을 지켜보며 머리 속으로는 그림을 그려 보는거죠. 그게 제 연습 시간이기도 하네요"

물론 캐리커쳐를 보고 울거나 화를 내는 손님도 있다. "캐리커쳐라는게 얼굴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기에 자신이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크게 드러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흔히 황금비율이라고 하는 얼굴에도 특징은 있어요. 예뻐 보이는 데에도 누구는 코가 높아서, 누구는 속눈썹이 길어서. 다 다르잖아요. 제가 그리는 캐리커쳐는 '예쁘다' '못생겼다' 혹은 '장점' '단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는 거에요"

서 작가는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요즘같은 시대. 본인 만의 특징을 소중히 여기는 데 샨티 캐리커쳐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본인만이 가진 특징이 얼마나 소중한건데요. 이를 조금 더 특별하게 생각하길 바라며 오늘도 저는 사람들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