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포시를 서울에 붙이겠단다. 반발 여론이 들끓어 오르니 이제는 '서울 메가시티' 비전의 일환이라 포장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 그럴듯해지는 줄 아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서울도 나라도 망치는 일이다. 서울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질적 발전을 해야 한다.
도시 내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생태환경을 지키며 편리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웃 지역 도시들,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긴밀한 협력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이 '메가시티'로 규모 확대만 하면 우리나라 다른 지역들은 어떻게 되나? 일찍이 그레고리 헨더슨이라는 교수가 지적했다. "서울은 한국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큰 도시가 아니라 한국 그 자체다." 서울이 한국 그 자체란 건 한마디로 '서울공화국'이란 말이다. 서울공화국이 진공청소기처럼 다른 지역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고 약탈적 지배를 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울을 더 키워야겠다는 것인가? 김포시를 서울에 붙이겠다고 하니 벌써 서울 인접 도시가 너도나도 손들고 나선다. 그렇게 간다면 서울은 그야말로 한국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대구·경북으로서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미칠 영향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이슈에 대한 대구·경북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이런 발표가 있으면 다음 날 아침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우리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가타부타 반응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이준석으로부터 '살찐 고양이'라는 얘기를 듣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인이 던져주는 밥이나 받아먹고 햇볕 드는 창가에서 졸고 있는 게으른 고양이 말이다. 이준석의 입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그의 말이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다행인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포시 서울 편입은 가당찮고 어이없으며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취지로 일갈했다는 사실이다. 자기 당의 지도부를 향해 소신껏 쏘아 올린 홍 시장의 직사포는 속앓이하는 지역 사람들의 기분을 후련하게 해 준다. 홍 시장의 죽비가 살찐 고양이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통찰과 배짱은 훌륭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대구·경북 출신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자치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이다. 그 위원회가 대통령의 이름으로 지방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멋진 비전을 발표하였는데 김포시 서울 편입 어젠다가 느닷없이 올라와 그 취지를 다 삼켜 버렸다. 대통령의 지방시대 비전에 어깃장을 놓는 김포시 서울 편입 제안이 뉴스를 덮어 버렸다.
이쯤 되면 대통령 어젠다를 망쳐 버린 '집단 항명'이나 다를 바 없다. 지방시대위원장은 대통령에게 불경한 이것의 진상을 규명하고 집단 항명의 수괴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우동기 위원장은 "서울 메가시티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메가 서울' 구상이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거라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지역 메가시티 구축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라는 기대까지 내비쳤다고 한다. 그가 우리 지역 출신이라 그 말이 더욱 의아했다. 내친김에 민망한 말 하나만 더하자. 김포시 서울 편입 어젠다를 계속 밀고 나가는 총대를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진 모양이다.
그는 어느 날 그럴듯하게 분칠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만들어 제출했는데 그것을 접수하는 조경태 옆에 낯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그는 대구 달서갑 국회의원 홍석준이다. 그에게 묻는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가?
서울 메가시티 비전이 자신이 대표하는 우리 지역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을 해 보았는가? 김문수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수도권 이기주의 언행으로 고향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이 나서 씁쓸하다. 지방시대라고는 하는데 뭔가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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