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국의 명예?

입력 2023-11-08 21:31:57 수정 2023-11-08 22:54:03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범죄를 저지른 좌파는 사상범이든 잡범이든 국가의 사법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가 그랬다. 1953년 친미 바티스타 정권 전복을 위해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 실패해 15년 형을 선고받자 최후 변론에서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할 것이다"라고 했다. 6년 후인 1959년 공산 혁명에 성공,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예언을 실현했다.

같은 부류가 국내에도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이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2015년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는 저는 무죄"라고 강변했다. 만기 출소 후 2021년 출간한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에서도 검찰이 불법 수사로 자신을 유죄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렇다면 언제 열릴지 기약 없는 '역사와 양심의 법정'을 기다릴 게 아니다. 당장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입증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휘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에 대해 세 번이나 감찰 재조사를 했지만 불법 수사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한명숙의 이런 이상한 에고(ego)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서도 감지된다. 그는 지난 5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법률적 해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1심의 징역 2년 선고는 무의미해지고, '조국 사태' 이전의 공정·정의·상식의 아이콘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무서운 발상이다.

이는 조 장관이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하든 자신은 '닥치고 무죄'라는, 지독히도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소유자이기도 함을 말해준다. 카스트로 독재에 항거한 반체체 인사 마르타 베아트리스 로케는 카스트로의 인간형을 '3E', '병적 자기중심적'(Egomaniacal), '독선적'(Egotistical), '이기적'(Egocentric)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조 전 장관이 바로 그렇다. 조 전 장관은 "명예 회복" 운운 하지만 과연 회복해야 할 어떤 명예가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