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판박이 '동성로', 불법 증축·주정차로 통행 불편

입력 2023-10-29 14:41:06 수정 2023-10-29 21:51:24

불법 건축물 41곳 중 13곳(31%)은 조치 미이행
동성로 불법 주정차, 8월에는 2천건 넘어…이달은 1천623건
"핼러윈 앞두고 동성로 클럽골목 특별 안전관리"

26일 오후 3시쯤 중구 동성로 2030 골목. 성인 2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양쪽으로 에어컨 실외기, 상자, 자전거 등이 놓여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김유진 인턴기자
26일 오후 3시쯤 중구 동성로 2030 골목. 성인 2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양쪽으로 에어컨 실외기, 상자, 자전거 등이 놓여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김유진 인턴기자

지난 26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중구 동성로 상가 건물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은 폭 2m가 채 되지 않아 세 사람이 나란히 서기도 힘들었다. 가게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에어컨 실외기와 입간판, 정체불명의 상자 등은 통행로를 더 비좁게 만들었다. 도로를 차지한 불법 주정차 차량은 가뜩이나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들었다. 근처 식당과 옷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길을 가로막고 있는 차를 피해 일렬로 줄지어 좁은 길을 빠져나가야 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참사 원인으로 지목됐던 불법 건축물과 좁은 골목길, 불법 주정차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말 저녁마다 인파가 몰리는 동성로 클럽골목과 로데오거리는 만연한 불법에 몸살을 앓았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성로 클럽골목과 김광석길 등에서 무허가 불법 증축으로 적발된 건물은 41곳이다. 이 중 13곳(31%)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행강제금만 내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이태원 참사 직후 클럽골목 등 13곳, 6천400m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단속한 결과 건축물 363동 중 41곳(11.29%)을 무허가 불법 증축 등으로 적발했다.

또 다른 참사 원인으로 꼽혔던 불법 주정차는 오히려 늘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동성로 일대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모두 1만7천208건으로 한 달 평균 1천720건이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천489건보다 11.09%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일주일에도 서너 번 동성로를 찾는다는 대학생 신준서(20) 씨는 "밤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클럽골목은 차가 한 대라도 들어오면 정체가 심각하다"며 "가끔 주차된 차까지 있을 때는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대구시는 핼러윈을 앞두고 27일부터 31일까지 구청, 경찰, 소방과 함께 동성로 클럽골목에 대한 '특별 안전관리 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핼러윈 당시 대구 도심 주요 지점 중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 심야시간대 동성로 클럽골목이었다.

최태영 대구시 도시안전과장은 "작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클럽골목을 중심으로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며 "중구청도 골목에 물건을 무단으로 쌓아 놓은 것들을 정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동성로 로데오 거리 불법주정차 현장. 김유진 인턴기자
동성로 로데오 거리 불법주정차 현장.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