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빚 떠안은 모녀, 관리비·장례비 840만원 두고 극단 선택

입력 2023-10-17 09:37:50

경찰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경찰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가 극단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가장의 빚 3억원을 떠안고 있었는데, 마지막 달 아파트 관리비와 장례 비용 840만원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17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 37분쯤 광주 북구 연제동 한 아파트 화단에 A(81) 씨와 그의 딸 B(52) 씨가 쓰러져 있는 걸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들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 아파트 17층에 사는 모녀의 집 창문이 열린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녀의 집에서는 "빚이 많아 너무 힘들다", "서로 의지하고 살았는데 한 사람이라도 잘못되면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등 내용이 담긴 편지가 발견됐다. 편지 옆에는 마지막 아파트 관리비 40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옷장 안에는 "장례 비용으로 써 달라"며 800만원이 든 봉투가 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떠난 뒤에도 폐를 끼치기 싫어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모녀는 수도권에서 생활하다가 최근 광주로 이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고 아파트는 B씨 소유였다.

B씨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A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으로 매달 110만원가량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A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3억원의 빚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모녀는 최근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2019년 세상을 떠났고, 모녀는 3억원가량의 빚을 떠안았다. 상속 개시를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빚도 대물림되는데 이런 내용을 몰랐고 결국 빚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사무소 등에서 미리 상속 포기 절차를 안내해줬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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