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니하오, 항저우'] 김창현 항저우한인상회·한국인회장

입력 2023-10-07 23:00:00 수정 2023-10-08 18:32:19

"교민지원단 만들어 단체 응원…가이드북까지 만들었죠"
유학생회와 연계해 통역, 운전 등 자원봉사 전개
인근 교민회까지 연계해 축구 등 단체 응원도 나서
항저우 임정기념관서 3·1절과 광복절 기념식도 열어

김창현 항저우한인상회·한국인회장. 채정민 기자
김창현 항저우한인상회·한국인회장. 채정민 기자

"고국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잡아드려야지요."

타향살이를 하다 보면 같은 나라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에도 교민사회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교민회를 이끄는 이는 김창현(61) 항저우한인상회·한국인회장. 김 회장과 한국인회는 이번 대회 기간 선수단과 취재진 지원, 응원 등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항저우는 살기에 괜찮은 곳입니다. 대도시지만 자연경관이 살아 있고 깨끗한 편이라 중국인들도 살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 옛부터 소득 수준도 높고요. 그래도 낯선 땅이긴 하죠. 그래서 일상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서로 돕기 위해 한국인회를 만든 겁니다."

김 회장은 항저우 생활 17년 차다. 현지에서 한 한국 컨설팅 회사의 중국법인장으로 일하고 있다. 은행에 근무하던 중 맺은 인연으로 제조업체의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추는 업계에 몸담게 됐다. 가족이 함께 이주했다가 자녀들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현재는 아내와 둘이 항저우에 산다.

이번 대회를 맞아 한국인회는 유학생회와 연계해 한국에서 온 이들을 지원했다. 최소 70여 명의 유학생들이 한국인회를 통해 통역, 운전 등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저장대학이 있는 곳이라 한국인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교민이 4천여 명에서 2천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한인 유학생도 1천여 명에서 절반이 줄었고요. 유학생들이 한국인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여럿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항저우시에서 뽑아 활동하는 대회 공식 자원봉사자들도 있고요."

아시안게임을 맞아 교민지원단도 만들어졌다. 다들 생업이 있어 쉽진 않지만 선수단과 취재진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국 선수들을 위해 단체 응원도 갔다. 경기 입장권을 단체로 대량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영사관과 대회 조직위원회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구해 보려고 애썼다.

"교민들도 우리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게 반가운 일이죠. 인근 지역 교민회와 연계해 축구 응원을 가기도 했습니다. 축구장이 항저우에서 3시간 넘는 거리라 응원 후 돌아오면 새벽 1시가 넘어요. 안전 문제도 있어 아예 버스를 대절해 한꺼번에 움직였죠. 경기장 내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어 도시락도 마련했습니다."

아시안게임 기간은 마침 중국에서도 연휴 기간이었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이 끼어 있을 뿐 아니라 최대 명절로 꼽히는 국경절이 10월 1일이어서 일주일을 쉬었다. 이 기간을 활용해 다른 지역 교민들도 항저우를 많이들 찾았단다. 이들을 위해 항저우한국인회는 아예 PDF파일로 가이드북을 만들어 곳곳에 제공했다. 가이드북에는 숙소, 관광지, 식당 등 항저우를 돌아보기 쉽게 할 정보를 담았다.

다만 7일 일본과의 남자축구 결승전은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결승전 티켓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던 탓이다. 그 대신 유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저장대 부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일 만한 장소를 빌려 단체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중국 항저우 시후 인근의 항저우 임시정부기념관 풍경. 채정민 기자
중국 항저우 시후 인근의 항저우 임시정부기념관 풍경. 채정민 기자

시후(西湖·서호)는 항저우의 명소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시후 인근에는 항저우 임시정부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3·1절과 8·15 광복절에는 교민, 유학생, 영사관 관계자 등이 모여 기념식을 치른다고 했다.

"연휴 때면 항저우 주민들은 밖에 잘 안 나갑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니까 인파에 치이기 싫은 거죠. 늘 지나면서 보던 주민들은 '뭐 하러 고생해서 서호에 오지'라고들 합니다(웃음). 그래도 볼 만한 곳이니 많이들 들러주십쇼. 항저우 임시정부기념관도 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