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김기형 건보공단 대구경북본부장 "줄줄 새는 건보재정 특사경 강화 꼭 필요"

입력 2023-09-27 06:30:00

지역 암검진 수검률 향상 주력…전년 대비 4.34%p 향상 성과
특사경, 연간 2천억 누수 차단…빅데이터 기반 지역 맞춤 지원
소득정산제 도입, 건강보험료 부과 형평성·공정성 높여

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1일은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단행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건보료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등 부과 체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공단은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2단계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한 소득정산제도의 안착 및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 제도 도입을 강조해왔다. 올해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김기형 본부장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과 주요 이슈 등을 짚어봤다.

-본부장으로 부임한 지 약 9개월이 됐다. 본부장 취임 전 본부 감사실에서 근무하면서 건보공단 공공기관 청렴도를 8년 연속 최상위기관으로 이끈 주역이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스마트감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역본부에서는 그간 어떤 활동을 해왔나?

▶본부에서 오래 근무를 하다가 대구경북지역본부장으로 오면서 우선 직원들과 소통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1개 지사, 10개 출장소 직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었고, 대구와 경북 간 전보의 형평성 문제 및 경북 중소도시 사택 확보 등 고충 사항을 우선적으로 해소했다.

시도민의 건강증진 및 검진을 통한 질병 예방에도 집중했다. 대구경북 암검진 수검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조해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한 암검진 수검률 향상에 주력했다. 특히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건강 정보를 담은 점자책 제작, 검진동행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검진 한 달 앞당기기 운동'을 펼쳤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대구경북 암검진 수검률이 전년 대비 4.34%p 향상되는 성과를 보였다.

-건보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성과로 어떤 점을 꼽을 수 있나?

▶재산‧자동차보험료 축소 및 소득정률제 도입으로 지역가입자 중 65%의 보험료가 인하되는 등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가입자는 보수(월급) 외 소득기준을 강화해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을 높였다. 피부양자 인정 요건을 강화해 무임승차 논란을 줄이기도 했다.

공단은 앞으로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2단계 개편의 일환으로 실시된 소득정산제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직장가입자 건보료 연말정산과 유사하다. 소득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이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맹점을 이용해 보험료 감면 및 피부양자 등록과 같은 악용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소득이 감소한 지역가입자 또는 소득월액 보험료 납부자가 공단에 신청해 보험료 조정을 받으면, 이듬해 11월에 공단이 확인된 소득으로 보험료를 정산하는 제도이다. 적용 대상은 휴·폐업, 퇴직(해촉) 등의 사유로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감소됐을 때로 한정된다.

보험료 조정 적용의 원칙은 신청일의 다음 달부터 그해 12월까지이며 소득 정산은 보험료 조정 시, 다음 해 11월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정산 기간은 조정한 연도의 1월부터 12월까지 보험료분 전체에 대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올해 7~12월 보험료를 조정 받았더라도, 정산은 2024년 11월에 2023년 1~12월 보험료에 대해 이뤄지는 것이다.

-공단은 특사경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을 효과적으로 단속하려면 공단에 특사경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현재 4개 의원실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입법 발의가 된 상황이지만 아직 법사위 법안심사 심의 중이거나 미심의 상태에 있다.

공단의 행정적인 조사 업무만으론 이들의 자금 흐름 추적에 한계가 있다. 또한, 경찰은 강력사건 등을 우선적으로 수사하기 때문에 사무장병원 수사가 장기화(평균 11개월)되면서 재정누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전체 재정누수액이 3조4천300억원에 달하고, 대구경북은 3천560억원이다.

보건복지부 특사경도 운영 중이지만 인력 부족(3명)으로 직접 수사가 어렵고,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수사권은 없다.

공단 특사경의 수사권 범위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권한이 한정되며, 범위를 벗어나는 수사를 할 경우 징계를 하거나, 특사경 지명을 박탈하는 등 제재 장치를 마련해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다.

- 공단 특사경 도입 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공단이 특사경을 도입하면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해 재정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연간 2천억원가량의 재정 누수 차단이 가능하며, 사무장 등의 채권에 대한 조기 확보로 재산은닉, 사해행위 최소화에 따른 징수율 또한 현재 6.7%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

특사경 도입은 의료계를 배척하고 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의사협회와도 적극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 큰 방향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불법 의료기관 개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각 시·도 의료기관 개설위원회에 공단 직원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은?

▶우리 지역본부 차원의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단 본부에 실장이 30명 정도 있는데, 대구경북 출신이 거의 없어 아쉬움이 있다. 본부로의 진출, 본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본부의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법, 장기요양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부터는 보건의료 정책 등을 공유하기 위한 건강보장정책 과정을 자체적으로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높은 노령화 지수와 심뇌혈관 질환 증가 등 대구경북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빅데이터 기반의 지역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의료계, 소비자·시민단체, 유관기관, 학계 등과 적극 소통·협력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수명 향상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