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룰 한판 뜨자, 다쳐도 신고 없기"…놀이 문화로 둔갑한 학교폭력

입력 2026-07-28 16:36:30 수정 2026-07-28 16: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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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도 야차룰 또는 유사한 형식의 폭력 행위 잇따라
상호 합의 했더라도 처벌 가능…가치관 형성 부정적 영향도

지난해 10월 대구 동구에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맨몸으로 싸우는 영상이 SNS에서 확산됐다. SNS 캡처
지난해 10월 대구 동구에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맨몸으로 싸우는 영상이 SNS에서 확산됐다. SNS 캡처

"야차룰로 한판 뜨자" "오늘 야차각"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이른바 '야차룰'이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가리지 않고 싸움을 제안하거나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학교폭력(학폭)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놀이로 소비되는 학폭 행위

야차룰은 시간·장소 제약 없이 벌이는 맨몸 격투를 뜻하는 말로, 야차클럽 등 유튜브 격투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반 대중에게 확산됐다.

야차룰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지하 주차장, 골목길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현장엔 격투 당사자와 또래 관람꾼뿐이라 위험을 제지하기는커녕 싸움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야차룰에는 '다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크게 다치더라도 선뜻 신고하지 못한다.

지역 고교생 권모(18) 군은 "'각서를 쓰면 문제없다'고 생각해 싸움이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싸우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거나 돈을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서도 청소년들 사이에 야차룰 또는 유사한 형식의 폭력 행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 동구에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맨몸으로 싸우는 영상이 SNS에서 확산됐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이들은 1대 1로 싸우기 위해 만났으나 구경하던 중학생 2명이 폭행에 가담하면서 집단 난투극으로 번졌다. 머리를 발로 맞은 학생의 얼굴이 피로 가득했지만 주위 학생들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며 영상을 찍었다.

지난달 대구 북구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격투기 기술 중 하나인 '초크'(목조르기)를 하다 한 학생이 기절해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사전 합의했더라도 처벌 가능

교육 당국은 야차룰을 신종 학폭 행위로 규정하며 예방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9일 각 학교에 '신종 학교폭력(스파링·야차룰) 관련 예방 안내' 공문을 발송해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예방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경북경찰청과 함께 '야차룰·스파링 등 상호·집단폭행'에 대해 청소년 범죄 위기 경보 체계인 '스쿨 사이렌' 제4호를 발령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이 과하게 번질 경우 피해를 호소하다 학폭 사안이 접수되는 사례가 간혹 있다"며 "전체 학교 학생부장과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이 모인 메신저를 통해 계속해서 관련 생활지도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진 폭행이라도 폭행·상해죄 등으로 형사 처벌과 학폭 조치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리 합의된 행위라도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경우 합의 자체가 무효가 된다"며 "형사 처벌과 별개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학폭 처분도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린 사람뿐만 아니라 시킨 사람이나 부추긴 사람, 촬영한 사람도 교사·방조 혐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재 대구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 부원장은 "야차룰은 폭력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절대 장난의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아동·청소년이 성장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교정이 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된다는 인식이 깔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처벌이나 징계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관점에서 폭력성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 감정 컨트롤 등 교육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