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성 정치학 박사(前 국방정보본부 보안정책담당)
최근 발생한 태풍 카눈의 여파가 아직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병대 채 모 상병 사망 사건은 국방부 장관의 사임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정치권과 정치 성향이 짙은 군인권센터까지 개입하면서 무한 정치적 책임을 넘어 무한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채 상병이 투입된 해병1사단 제2신속기동부대는 유사시 재난 대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4시간 이내로 한반도 전역에 투입하는 여단급 규모의 신속 대응 부대다.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전통적인 안보 영역 이외 비전통적인 안보 영역까지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에서 편성되었다. 이런 이상적인 목적과 달리 군은 재난 상황에 적합한 대응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재난 대응 부대로 편성된 신속기동부대조차 재난 상황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임무 수행을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은 적정 인력과 장비의 편제, 훈련 상태, 교리의 정립 등으로 구분하여 가늠한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필요한 장비, 장비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훈련과 훈련에 적용할 수 있는 운용 절차가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별도의 부대가 지정된 것이 아니고 해병1사단 예하 2개 여단이 번갈아 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전시 작전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훈련하면서 평시 재난 대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별도로 훈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투입된 채 상병은 어제까지 또래 청년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입시 지옥에서 허덕이다 군에 입대한 청년이다. 몇 주간의 군인화 교육을 통해 군인이 되었고, 군인으로서 주특기 교육을 몇 달간 받았다고 전문 분야에서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실종자 수색이란 특정 재난 상황에 대응할 장비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교리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그러하다. 당연히 이에 대비한 훈련 또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재난 대응에 전문화된 요원이 아니라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과거 우리 군은 대민 지원이란 명목으로 농촌의 일손도 돕고, 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에 투입되어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집에서 하던 일, 농사일을 군인이 되어서도 할 수 있었다. 지금 군에서 대민 지원이란 명목의 농촌 일손 돕기는 능력 밖의 일이 되었다. 하물며 그들을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도록 하고, 재난 대응 요원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체적·기술적 역량을 갖추게 훈련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과 노력, 재원이 필요하다.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테러, 기후·환경 재앙, 바이러스 공격 등 점증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은 군대다. 특히 이러한 재해·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용 교리를 정립하고 그에 걸맞은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화시켜야 한다. 군복을 입었다고 군인이 될 수 없듯이 재난 대응 임무를 부여한다고 재난 대응 부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감히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먼저 환경을 조성하고 그다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가올 수많은 재난에 군대가 만능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하나의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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