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취업 문턱에 숨이 '턱' 취준생들, 궂은 날씨에도 면접왕 만나러 ‘북적’

입력 2023-09-21 15:15:43 수정 2023-09-21 21:50:21

접수 시작 당일에만 300명 이상 지원…최종 513명 신청
국내 500대 기업 60% 신규채용 안 해…하반기 취업난 심화 전망
위기감 커진 청년들, 면접왕에 스펙·자소서 등 고민 토로

20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 효석홀에서
20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 효석홀에서 '면접왕 이형'의 특강이 진행됐다. 대구행복진흥원 제공

궂은 날씨도 '면접왕'의 강의를 들으려는 취업준비생들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20일 오후 7시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효석홀은 직장을 구하려는 대학생과 졸업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선 대구시가 주관하고 대구행복진흥원이 주최하는 '합격할 수밖에 없는 취업특강'이 열렸다. 강연에 나선 취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면접왕 이형'은 과거 대기업에서 인재개발팀장, 그룹 인사 총괄 책임자를 지낸 인물로 유튜브 구독자수가 50만명이 넘는다.

이날 '면접왕' 강연 소식에 취업준비생 500여명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를 뚫고 강의에 참석했다. 대구행복진흥원은 당초 200명 대상으로 강연을 계획했으나, 2배가 훌쩍 넘는 513명이 신청해 접수가 폭증하자 수강 인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당일에만 30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서를 제출해 취업난에 대한 지역 청년들의 고민을 방증했다.

'면접왕'은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취업할 수 있는 핵심 전략들을 소개했다. 이 씨는 강연을 통해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원하는 직무와 산업은 2~4개로 고정해 하루에 한 기업씩 지원하고, 면접과 합격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강연에 대한 뜨거운 열기 이면에는 냉랭히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있다. 지난달부터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취업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6곳(64.6%)에서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강연 도중에도 청년들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내용 중 '기본적인 스펙이 완성돼야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라는 하소연이 많은 공감을 얻었고, '전문적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써도 되나' 등 현실적인 질문도 쏟아졌다.

지난달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가연(25) 씨는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많지만 각각의 취업 경쟁률은 높은 상황"이라며 "혼자 취업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불안할 때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동기부여를 하라는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대구행복진흥원은 지난 5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한 1회씩 총 8개월 동안 유명 강사를 섭외해 청년들에게 강연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에도 구독자 52만 명의 유튜버 '김짠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재태크 등을 강연할 예정이다.

정순천 대구행복진흥원장은 "대구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체감할 수 있는 강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남은 강연도 대구의 청년들이 원하는 주제의 강연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 효석홀에서
20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 효석홀에서 '면접왕 이형'의 특강이 열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였지만 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강의를 들었다. 대구행복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