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1848년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공산주의를 왜 유령으로 표현했을까? 아마도 차츰 현실로 엄습해 오는 거대한 공산주의에 대한 은유적인 극적 묘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유령과 같았던 거대한 현실 공산주의도 1991년 소련 공산 정권의 붕괴로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한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에서 또 다른 공산주의가 존재하며, 소련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2대 8 체제, 1대 99 체제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공산주의 유령의 출몰 지역도 세계화되었다. 결국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공산주의 유령은 우리 사회를 배회한다.
우리나라는 이념 분단국가로 공산주의 정권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6·25전쟁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을 상대로 직접 싸웠다. 그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념투쟁적 학생운동과 2000년대 이후에는 학생운동권 출신의 이념 지향 정치 및 그로 인한 사회 갈등과 대립을 경험했다. 지금도 소련을 대신한 또 다른 공산주의 중국은 북한의 뒷배다. 그러기에 공산주의는 유령이 아니라 직접적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이념의 잣대에 따라 그 영향은 매우 크고 오래 남을 것이다. 특히 전위적 아스팔트 우파의 정치투쟁적 이념 구분은 너무 거칠어서 우려된다. 이미 국민 83%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이념적 갈등이나 이념의 영향이 크다(원효사상-데이터리서치, 2023년 7월 30~31일 국민 1천 명 조사)고 이념 과잉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이념 전쟁의 잣대를 들이대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먼저 이념 잣대가 보수 중도 진보가 아닌 정치투쟁적 좌파 우파의 이분법적 적용의 위험이다. 그 이유는 좌·우파 구분은 내 편이 아니면 네 편 식으로 적으로 규정해서, 매 전선에서 국민을 갈라치기하여 사회를 분열 대립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민족주의를 좌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선언한 박정희도, 외워서 사명감을 가졌던 국민도 좌파다. 자주와 자립을 좌파로 몰아서도 안 된다. 그러면 자주국방과 자립경제를 내세운 박정희도 좌파고, 그 정신으로 새마을운동을 했던 국민도 좌파다. 사회적 기부와 나눔을 좌파로 몰아서도 안 된다. 그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나 상부상조 정신도 좌파다. 경주 최부자뿐 아니라 사회적 기부를 하는 기업인, 자산가, 연예인 모두 좌파다.
정책에 있어서도 평등적 정책을 모두 좌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평준화가 좌파 정책이 되며, 평준화를 한 박정희도 좌파이며, 그 교육을 받은 국민 대다수가 좌파 교육 세대가 된다. 국가 주도 경제정책도 좌파 정책이라 단언할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와 그 국민들도 좌파라 할 것인가?
이렇듯 아스팔트 우파의 편향된 시각에서 거칠게 좌파를 규정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근대화를 이룬 세대도 좌파가 되는 보수의 자가당착이 된다.
개인의 머릿속 가치와 가슴속 마음은 다층적이기에 이념은 매우 복잡하고 구별이 쉽지 않다. 이미 사회적 이념 대결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그 위험성을 잘 안다. 그러기에 이념적 잣대는 헌법과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그 처벌도 법치주의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엄격한 법치가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이념 전쟁이다. 그럼에도 이념 대립은 지속된다. 자본주의의 공산주의 유령 때문이다. 그러한 유령의 퇴치 방법을 이미 대통령은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대선에서 상식적 사회, 정상적 국가를 약속할 때, 그 속에 답이 있다. 공정한 상식적 사회가 되어 정상적 국가가 되면 공산주의 유령은 출몰하지 못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좋은 이념 전쟁은 공정하고 엄격한 법치와 상식적 사회, 정상적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전쟁까지 하지 않아도, 이념전에서 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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