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의외로 카피라이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의아했다. 디자인을 전공하면 자신의 메시지를 그림으로 승부할 것 같았는데 카피라이터가 된다니. 나는 어김없이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왜 대학 4년 동안 별을 보며 그림을 그린 사람이 결국 카피라이터가 되었냐고 말이다. 그들은 여러 입으로 한 이야기를 했다.
"디자인을 해보니 글만큼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글만큼 확실하게 표현해 내는 도구가 없어 결국 카피라이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디자이너 출신 작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시인이 보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카피 한 줄을 잘 쓸 수 있을까?
첫째, 길을 가며 우연히 마주친 문장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한 문장도 많지만 낯선 문장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길 수 있어야 한다.
'왜 저 사람은 저런 카피를 썼을까?'
'저 카피가 날아가 가슴에 꽂혀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저 카피는 무엇을 원해 쓴 글일까?'
등의 생각이다.
누군가는 낯선 문장을 익숙하게 지나치지만 누군가는 걷던 발걸음을 세운다. 그리고 사색에 잠긴다.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둘째,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생각과 말은 바람처럼 날아가 버린다. 아이디어는 짧아도 기록은 영원하다. 순간 자신을 스쳤던 생각, 낯선 곳이 자신에게 주는 영감, 지나가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주는 느낌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만든 광고 역시 그랬다. 나의 광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없다. 그저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한 덕분이었다. 나는 그 순간의 기록은 광고판에 옮겨둔 것뿐이다.
셋째, 지금 쓰는 사람이다. 지금 펜을 든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는 내일 쓰지 않는다. 오늘 쓰는 사람이다. 나의 첫 책을 쓸 때 나는 죽을 뻔했다. 매일 퇴근 후 동성로 228 카페 2층 창가 자리에서 글을 썼다. 써도 써도 끝이 없었다. 밑이 빠져 버린 독에 글을 붓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은 너무 쉬웠다. 심지어 책 내용의 퀄리티도 더 좋았다. 너무 짧은 시간에 더 좋은 글을 쓴 것이다.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숨이 턱 막힐 만큼 써봤기 때문이다. 당신이 글을 못 쓴다면 지금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부지런히 쓰자. 기쁘면 기뻐서 쓰고 슬프면 슬퍼서 쓰자.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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