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석민] 한국 좌파의 역설(逆說)

입력 2026-03-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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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시민평화포럼 등 좌파 시민사회단체들은 15, 16일 연달아 성명(聲明)을 발표하며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派兵)을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이란 정부의) 인위적 제약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사실상의 파병 요구로 해석한 것은 그 나름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파병을 반대할 수도 있다. 좌파 단체들이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현재 이란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侵略) 전쟁이라는 점',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2가지를 들고 있다. '침략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처럼 아름다운 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불과 1, 2개월 전 이란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한국 좌파들의 태도를 돌이켜 보면, 이들이 말하는 '침략 반대'와 '평화 사랑'의 실체와 관련해 경악(驚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올해 초부터 이란 시민들은 신정 독재(神政獨裁)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범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980년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정권의 폭압적 진압도 닮은꼴이었다. 이란의 신정 독재 체제는 자국민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3만~4만 명 이상을 학살(虐殺)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질적 희생자가 20만~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정확한 사망자와 희생자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란에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수립되지 않는 한 영원한 비밀이 될 수도 있다. 광주 5·18의 공식 사망자는 165명, "공식 사망자의 3배가 넘는 방치된 시신을 본 적 있다"는 증언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이란 독재정권의 만행(蠻行)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야 한다며 5·18 정신 계승을 주장해 온 한국 좌파들은 이란 독재 정권의 반인륜적 만행에 철저히 입을 다물고 외면했다. 그 수많은 5·18 관련 단체들조차 비난 성명 한 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좌파 단체들은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 독재 정권을 비호(庇護)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좌파들을 향해 "당신들의 5·18 정신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 좌파들이 주장해 온 또 하나가 전시작전권(戰時作戰權) 전환이다. 전작권 환수라는 말은 언어 공작에 가깝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 지휘권을 이양함으로써 한미연합군 전작권은 애초에 유엔군에 있었기 때문이다. 환수(還收)라는 프레임으로 미국에 빼앗긴 군사 주권을 되찾는 듯한 뉘앙스를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어쨌든 좋다.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논리의 핵심은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주국방(自主國防)의 정신 아닌가. 그렇다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몫을 마땅히 담당해야 한다. 우리 생명줄인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란 전쟁은 한국 좌파의 위선(僞善)적 가면을 또다시 벗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