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헌신과 사랑, 가족에게 다 베푸시고…"
"'어머니'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그리운 어머니! '엄마'하고 가만히 불러만 보아도 눈물이 납니다. 세상의 어머니라는 존재가 다 그러하다지만 우리 집의 아홉 남매를 위해서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가난한 살림살이에 보릿고개 시련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어머니는 삶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하여 열 세 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살림살이와 농삿일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일을 해도 일은 끝날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처지를 운명처럼 여기며 그 힘든 노동을 억척같이 해 내셨습니다. 어머니의 고된 삶을 지켜보던 어린 시절의 저는 철없게도 '나중에 커서 농사만 아니면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가 밭일 일손 좀 도와달라고 하면 친구 핑계, 공부 핑계를 대며 몰래 놀기도 했던 적도 있었지요.
고된 농사일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바로 대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시느라 눈 코 뜰 새 없으셨지요. 9남매가 있었지만 누나들은 이미 도시로 가서 일하고 동생들은 어려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결국 빨래, 설거지 등 모든 집안일은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작고 연약한 체구에도 억척스럽게 집안 일이며, 온갖 농사일을 부지런히 하면서 당신의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쏟아부었습니다.
작고 연약한 어머니의 몸에서 어떻게 큰 살림을 꾸려나갈 강인한 힘이 생겼는지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내가 다섯 살 무렵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너무 그리운데 얼굴이 안 떠오른다"며 평생 외할머니를 그리워 하셨습니다. 16세 어린 나이에 초라한 농사꾼의 집에 시집 온 어머니는 어찌보면 자식에게 사랑을 쏟아부으시고 가난하지만 보살필 가정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당신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당신 삶의 고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신세를 한탄하거나 힘든 내색 한번 없이 그저 묵묵히 일만 하신 건 아닌가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제가 9남매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어머니는 너무 기뻐하셨지요. 실업계 고교에 진학해서 졸업 후 취직을 했지만 결국 5개월만에 그만두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공부를 시작해서 결국 대구교대에 합격했을 때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생각지도 않았던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된 건 지금도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적을 이루는 데는 늘 어머니가 계셨고, 어릴 때 어머니께 받은 사랑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지금은 붓, 먹, 벼루, 종이를 이용해 먹향을 피우며 제2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교내서예대회에서 난생 처음으로 상을 받았었지요. 그 상장을 어머니께 보여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밤에 가끔 습자지에 붓글씨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머니께서는 옆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그런 저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시곤 하셨습니다. 40여년 먹을 가까이 하면서 서예·문인화 공부를 하게 된 계기도 그 때 받은 첫 상장과 어머니의 지지와 성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은 몸집에 잔병치레도 잦았지만 끝없는 헌신과 사랑, 당신의 모든 것을 가족에게 다 베푸시고 떠나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인하고 위대한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어머니 덕분에 아홉 남매가 별다른 사고 없이 우애있게 잘 지내고 있고, 평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한 모습에 행동거지 하나하나 함부로 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홉 남매가 건강히 잘 사는 것도 어머니 덕분입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홉 자식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아흔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어머니, 이젠 볼 수 없지만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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