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경북대 교수(한국정부학회장)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만 2022아시안게임을 지상파 3사, TV조선, SPOTV가 중계한다. 처음으로 지상파 3사가 아닌 매체(媒體)도 중계하게 되었다. 지상파 3사 카르텔이 깨진 것인가? 아시안게임 시청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2018아시안게임을 보면, 손흥민의 병역 면제가 걸렸던 축구 결승전 시청률이 57.3%였지만 야구 결승전은 21.6%, 개막식은 13.5%에 그쳤다. 지상파 3사는 중계사를 늘려서 중계권료 부담을 줄였다. 월드컵과 같이 돈이 되는 중계권은 여전히 지상파 3사가 쥐고 있다. 2022월드컵의 경우 지상파 3사와 그 자회사들이 모든 본선 경기와 2차 예선 우리나라 홈경기를 중계했다.
JTBC가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했다. 당분간 우리는 올림픽을 JTBC에서만 봐야 하나? JTBC는 단독으로 올림픽을 중계하지 못한다.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제도가 있다. 관심이 큰 스포츠는 국민이 시청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올림픽과 월드컵은 전체 가구의 90%가 시청할 수 있는 매체가 중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75%의 가구가 시청할 수 있으면 된다. 90% 기준을 충족시키는 매체는 지상파 3사밖에 없다. 지상파 3사만이 단독으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중계할 수 있다. JTBC가 단독으로 올림픽을 중계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방송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중계방송권자는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계권을 제공해야 한다.' JTBC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올림픽 중계권을 지상파 3사에 팔 것이다.
수요가 많으면 중계권료가 오른다. 수많은 온·오프라인 매체가 중계권을 사려고 경쟁하면 IOC와 FIFA가 돈을 번다. 방송법에는 중계권을 공동으로 사서 순차적으로 중계하라고 권고하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다. 지상파 3사 중 하나가 중계권을 사서 단독 중계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중계권료가 비싸서 손해를 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는 공동으로 중계권을 사서 비용을 3분의 1로 줄인다. 그러고 나서 광고료를 놓고 경쟁한다. 2022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가 지불한 중계권료가 1천200억 원, 광고 시장은 1천억 원이었다. 지상파 3사는 개의치 않았다. 400억 원 이상 광고료를 벌면 되니까. 도박장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은 돈을 딸 것으로 생각한다.
광고료는 시청률에 좌우된다. 지상파 3사 모두 우리나라 경기를 중계한다. 순차적인 중계가 불가능하다. 장사를 잘하는 FIFA는 경기 영상만 중계권자에게 보낸다. 지상파 3사의 중계 화면은 같다. 유일한 차이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이다. 이들이 시청률을 결정한다. 속된 말로 '구라' 경쟁이다. 2022월드컵 우리나라와 우루과이 경기 시청률은 MBC 18.2%, SBS 15.8%, KBS 7.7%였다. 한 전문가가 MBC의 승인(勝因)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중계진의 발성과 화법이 깔끔했고, 감정 섞인 탄성이나 환호를 과하지 않게 반영해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가관(可觀)이다.
방송법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취지(趣旨)와 달리 지상파 3사 카르텔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그 중심에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중계권이 있다. 그동안 지상파 3사는 쉽게 돈을 벌었다. 공동으로 중계권을 사서,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를 같은 화면으로 방송했다. 그리고 광고료를 나눠 가졌다. 길게 보면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이 비슷하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면서 지상파 3사 카르텔을 깨는 쉬운 방법이 있다. 정부가 중계권을 사서 온·오프라인 매체들에 싸게 팔면 된다. 정부는 협상력이 크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중계권을 살 수 있다. 수많은 매체가 중계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통해 시청한다. 매체 간 경쟁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정부 적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적자가 생겨도 그것은 '보편적 시청권'의 대가(代價)이다. 세금은 이렇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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