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사회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보건의료 심각한 위해 초래"
최근 대법원이 한의사의 뇌파 측정 기기(뇌파계)를 활용한 진료가 적법하다고 한 판결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관련 법령에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금지하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사회는 23일 규탄 성명을 내고 "의료법에 반해 한의사가 의과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실질적으로 눈감아준 판결에 이어 뇌파계까지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교통사고를 내 암환자인 승객이 제때 항암치료를 못 받도록 원인 제공을 한 택시 기사에게는 1천7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며 "반면 초음파 검사로 자궁내막암을 놓쳐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든 한의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 제도를 통해 의료 행위를 엄격한 조건하에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이 면허의 경계를 파괴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 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특히 뇌파계는 한의학적 원리와 관련이 없고, 뇌파검사(EEG)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은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불합리한 이번 판결은 무면허 의료 행위를 조장해 보건 의료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혼란에 대해 대법원은 오롯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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