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M] "4번 국도엔 슬픈 전설이" 디지털 해방 여행 떠난 MMM, 그 끝은

입력 2023-08-22 09:44:36 수정 2023-08-22 17:53:52

디지털 기기 없이 못사는 MZ세대
디지털 없이 떠난 MMM 첫 야유회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로 영덕 찾아가기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 한 장으로 야유회 떠난 MMM팀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 한 장으로 야유회 떠난 MMM팀

때는 두 달 하고도 20일 전…MMM 코너가 시작한 지 막 한 달이 지났을 무렵. MMM 독자에게 소중한 제보 메시지가 한 통 들어왔다.

'요즘 길 찾아갈 때 휴대전화 지도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꼭 있어야 하잖아? 만약 디지털 기기가 없다면 MZ들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오호라! 순간 머리가 번뜩인 MMM팀. 따지고 보면 요즘 MZ세대들은 디지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아닌가. M세대(밀레니얼 세대)의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휴대전화가 없어 친구의 집 전화번호는 달달 외우는 것은 물론 숨바꼭질, 술래잡기, 딱지치기 등등으로 충분히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다 보니 점점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 중인 MMM팀. 눈 감고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 중인 MMM팀. 눈 감고 '아빠가 단팥빵을 싫어하신다' 쳐보기 중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MMM팀은 온라인에 떠도는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에 나서보는데… ①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떨리거나 불안하다 ②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 ③하루에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쓴다…총 10가지 질문 중 0~3개가 맞다면 정상, 4~6개가 맞다면 중독초기, 7~10개가 맞다면 중독이라는데, 최 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자들은 모두 스마트폰 중독초기였다.

아…안돼!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 끝나가는 여름, 첫 야유회를 꿈꾸던 MMM팀은 이참에 디지털 해방데이를 기획했다. 제보 메시지처럼 휴대전화 지도나 내비게이션 없이 오로지 종이 지도 한 장만 들고 야유회 숙소까지 간 뒤, 휴대전화 없이 놀아보는 것.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가수가 MMM팀의 기획과 비슷한 하루를 보냈던데 자고로 우리가 먼저 빨랐다는 점...다들 알아주시고(에헴 에헴)

그렇게 4번 국도의 저주가 시작된다~~~다~~다~다....

동구 혁신도시에서 만나 4번 국도를 탄 MMM팀
동구 혁신도시에서 만나 4번 국도를 탄 MMM팀
지도 한 장 들고 떠난 MMM팀
지도 한 장 들고 떠난 MMM팀

◆ 개미지옥 4번 국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18일 오후 1시. MMM팀(+MMM 4편 모델에 선뜻 나서줬던 두현)은 집결지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서 모여 배기자의 차에 올라탔어. 목적지는 영덕 어딘가에 있는 야유회 숙소 '대구대학교 영덕 연수원'. 이날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이곳을 찾아가야 했어. 손에 쥔 건 경상북도 전도 한 장. 그때 조수석에 앉은 심 기자가 군대에서 익힌 '독도법'으로 지도를 펼쳐 우리가 타야 할 지방도와 국도를 빠르게 스캔했어. (우린 고속도로마저 깔끔하게 포기했거든)

'동구 혁신도시에서 4번 국도를 타다 영천시 인근에서 35번 국도로 갈아탄 뒤 얼마 안 가 28번 국도로 넘어가서 경주시를 지나 포항시 인근에서 또 31번 국도를 잠시 탄 뒤 7번 국도를 쭉 타고 올라가면 영덕이 나온다…(이리 가서 저리 가서 다시 이리 가고 저리 가면 된다는 뜻)'

4번 국도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끼니 해결 중
4번 국도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끼니 해결 중

배가 고파 영천으로 향하는 4번 국도 길목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맛집 검색도 과감히 포기하고 들어갔는데 맛집이더라?) 속도 든든하게 채우고 35번 국도만 나오기를 표지판만 쳐다보고 우린 그렇게 계속 달렸어.

그때 두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어. 직진과 오른쪽으로 빠지는 차선. 우선 영천 방면으로 가야 35번 국도가 나왔기에 '영천'이라는 초록색 유도선이 그려진 오른쪽 도로로 빠져야 했는데…뭐에 홀린 걸까? 어디? 어디? 어디?!를 외치던 우리는 결국 직진을 택하고 말았어.

4번 국도 굴레에 빠진 MMM팀
4번 국도 굴레에 빠진 MMM팀

그때부터였어. 우리가 4번 국도 지옥에 빠진 게.

오른쪽으로 빠졌어야 했다는 심기자의 다그침에(ㅜㅜ) 주눅 든 배기자는 재빠르게 유턴할 곳을 찾았어. 얼마 못 가 4번 국도에서 내려 유턴한 뒤 다시 4번 국도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 다시 영천으로 빠지는 오른쪽 길목을 찾아야 했는데 아니 글쎄 그 길을 도저히 못 찾겠는 거야? 이만하면 다시 나올 것 같은데…이러다 다시 대구로 돌아가겠다 싶어 우린 다시 4번 국도를 내렸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우회전을 선택했어(우회전 너는....love♡)

몇 번인지 알 수 없는 지방도로를 탄 것 같은데 표지판엔 또 이쪽으로 가면 영천이 나온다고 적혀있네? 일단 가보자! 하고 엑셀을 밟으려던 찰나! 뒷좌석에 앉아있던 이기자가 다급히 '안돼!'라고 외쳤어. 평소에 이 길을 몇 번 다닌 적이 있다던 이 기자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쪽으로 가면 영천 시내가 나온다는 거야. 우리는 영천 외곽을 지나는 35번 국도를 타야 했기에 시내로 들어가면 안 됐었거든.

그렇게 또 유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4번 국도를 또 탔어. 마치 산에서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뭐 그런 느낌이더라고? 4번 국도에서 아까 잘못 타서 혼났던 직진 방향을 또 택했고…심기자의 "아유 우리 이제 큰일 났다"는 탄식과 함께 무작정 달렸어.

그런데 한 3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영천' 방면은 우측 도로로 빠지라는 표지판이 나오는 거야. 신이시여…역시 모든 길은 다 이어져 있구나…

"야 심기자 거봐 이리로 잘 왔지?" 운전기사 배기자의 어깨는 잠시 올라갔고 우리는 그렇게 35번 국도를 찾아 나섰어. 배기자의 어깨가 들썩이던 찰나, 우린 또 잘못됨을 직감했지. 이 길은 좀 전에 이기자가 들어가선 안 된다고 외쳤던 영천 시내로 향하는 지방도라는 걸. 얼마 못 가 결국 우리는 영천 시내로 들어왔고 조수 심기자의 안색은 나빠지기 시작했어.

유턴이 익숙한 MMM팀
유턴이 익숙한 MMM팀

"우린 언제나 답을 찾지 않겠습니까?"

불현듯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를 내뱉던 심기자. 그는 다시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이곳을 빠져나갈 길을 스캔했어. 그때 우리는 전략을 바꿨지. 4번 국도에서 28번 국도로 가기 위해 잠시 타야 했던 35번 국도는 과감히 포기하고 28번 국도로 바로 빠져나갈 방법으로 말이야.

그런데 지방도 표지판은 생각보다 국도 표시가 잘 없더라고. 심기자는 북영천역으로 가야 한다 했지만 배기자는 동영천으로 가버렸고 그때부턴 솔직히 감으로 이곳을 빠져나가자 싶었어. 사실 경상북도 전도에서 영천 시내 지방도를 보긴 좀 어려웠거든

"좌회전? 직진? 우회전? 빨리 말해! 그냥 직진한다?"

"좋아…아…아니…아니야!…선배 이번 좌회전 가시죠"

심기자의 감은 맞았어. 점점 시내에서 외곽으로 향하다 싶더니 곧 눈앞에 28번 국도가 나타났지 뭐람? 그때 터지는 뒷좌석 팀원들의 박.수와 함.성! 이대로 쭉 북경주 안강으로 향하다 31번과 7번 국도만 타면 미션 클리어였어. 눈앞에 고지가 보이는듯 했지.

7번 국도를 찾다 경주시 안강읍으로 들어온 MMM팀.
7번 국도를 찾다 경주시 안강읍으로 들어온 MMM팀.

◆ 안강 도깨비에 홀린 사연

그렇게 출발 2시간 만에 경주시 진입. 표지판도 이대로 가면 안강이 나온대. "아 뭐 쉽네~" MMM팀의 자만이 차오르던 찰나. 우린 또 한 번의 난관을 마주했어. 28번에서 31번, 7번으로 갈아타는 코스가 영천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갈아타야했던 4번→35번→28번 코스처럼 비슷했거든.

그때 지도를 열심히 보던 심기자가 욕심을 냈어. 28번에서 7번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거야. 즉 31번을 잠깐 타면 포항 시내를 거쳐 가야 했는데 굳이 길을 둘러가지 않아도 28번 국도에서 잘만 빠지면 7번 국도를 바로 탈 수 있다는 거지. 조수를 믿기로 한 배기자. 우리 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렇게 28번 국도를 열심히 달렸어. 그런데 어라? 이대로 직진 하면 표지판엔 또 31번이 나온다네? 우린 7번이 필요하다고! 우린 또다시 우회전을 택했어…

하…이번은 경주 안강읍 시내더라. 그래도 우리는 뭐다? 늘 답을 찾는다. 또 전략을 바꿨어. 안강 시내로 들어가니 곧 68번 지방도가 나왔고 이를 쭉 타고 올라가면 영덕 근처까지 갈 수 있는 거야. 68번 지방도로 연결된다는 표시만 보고 이번에도 또 우회전을 했네.

"이 길이 맞겠지? 우린 북쪽을 향하고 있는 걸 거야"하는 1%의 의심을 가지고 열심히 달리던 찰나, 뒷좌석에 앉은 이기자의 입에서 희미하게 '안강역…'이라는 단어가 나왔어. 이기자는 그저 창밖에 보이는 표지판을 보고 읽은 셈이지. 그때 심기자가 소리쳤어.

"멈춰!"

안강 도깨비에 홀린 MMM팀
안강 도깨비에 홀린 MMM팀

우리가 향하던 안강역 방면은 영덕으로 올라가는 7번 국도 방향이 아니라 경주 시내로 내려가는 남쪽이었던 거야. 68번 도로를 거꾸로 타고 있는 셈이지. 안강 도깨비가 우릴 경주 시내로 데려가기 위해 홀린 게 분명했어. 4번 국도의 저주에 이어 68번 지방도의 도깨비에 놀아날 뻔했던 거지.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땐 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우린 다시 안강읍 시내를 거쳐 28번 국도를 탔고 31번 국도로 갈아탔지. 지도상에선 31번에서 7번으로 넘어가는 길이 헷갈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곳은 표지판이 잘 돼 있어 쉽더라? 31번→7번 나들목 부근에 영덕으로 향한다는 표지판과 도로에 유도선이 잘 칠해져 있어 우리는 무사히 7번 국도로 안착했어.

영덕 다와서 아이스크림으로 한 숨 돌리는 MMM팀
영덕 다와서 아이스크림으로 한 숨 돌리는 MMM팀
저주에서 벗어난 MMM팀
저주에서 벗어난 MMM팀

7번 국도에선 그저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됐어. 비는 더 세차게 내렸어. 우리 여행 컨셉이 디지털 해방이었잖아? 애초 자동차에 노래조차 틀지 않고 라디오만 들었는데 대구 권역을 벗어나니까 라디오도 지지직거리기만 하더라. 라디오를 끄고 우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영덕으로 향했어. 바다도 점차 나오고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그렇게 가다 보니 영덕이 나오더라. 이게 되네??

"와~ 영덕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었지. 국도를 타고 영덕까진 왔는데 여기서 어떻게 숙소를 찾아가냐. 우리가 알고 있는 단서는 단 하나. 연수원은 영덕 강구항 근처, 해안도로 옆에 있다는 사실. 영덕으로 들어가 모르면 창문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우린 또 직진했어.

강구항이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가? 그런데 생각보다 또 쉽더라고. 얼마 뒤 강구항으로 가려면 우회전해야 한다는 표지판이 나왔고 그렇게 들어선 강구항 대게 거리.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디 우뚝 솟은 '대구대학교 영덕 연수원'이 있지 않을까 생각에 달리고 달렸어. 이리로 가면 길이 나올까 싶을 땐 창문 열고 옆에 서 있는 주민에게 묻기도 했지.

"사장님~~~이쪽으로 가면 길 있어요?"

"없어 돌아가~"

그렇게 출발 3시간 만에 눈앞에 나타난 우리의 숙소. 애초 내비게이션에서 길 찾기를 했을 땐 소요시간이 2시간 정도가 나왔고, MMM팀 생각엔 5시간은 걸려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나름 이 정도면 빠르게 잘 찾아왔다 싶었어.

숙소 도착 후 MMM팀
숙소 도착 후 MMM팀
숙소 도착 후 MMM팀(밝은ver)
숙소 도착 후 MMM팀(밝은ver)
본격 야유회 파티에 나선 MMM팀
본격 야유회 파티에 나선 MMM팀
MMM 단체티 맞추고 떠난 야유회
MMM 단체티 맞추고 떠난 야유회

우린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대게와 회 파티를 시작했고…레트로 게임을 하며 광란의 야유회 밤을 보냈는데 이는 MMM인스타그램(@maeil_mz_magazine)에서 확인하시고.

그래서 디지털 해방 길 찾기는 어땠냐고? MMM팀원들은 살면서 도로 위에서 표지판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은 처음이었다고 입을 모았고, 하드캐리한 심기자는 "시대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명언을 남겼어. 그래도 술안줏거리는 하나 남겼지. 언제 또 내비게이션 없이 멀리 떠나보겠냐.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길 잘못 들었다며 투닥거리고…

'4번 국도의 저주' 재밌게 읽은 에메밍(MMM 독자 애칭)들은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 디지털 해방 여행 한번 해봐. 스마트폰, 디지털 기기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가끔은 사서 고생하면서 느리게 주변 구경도 하고 여유롭게 걷다보면 그 나름대로의 낭만 가득한 세상이 또 펼쳐지더라. 얘들아 우리 마음속 여유 가지며 살자.

무사히 대구 도착 후 기념 사진
무사히 대구 도착 후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