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달성공원, 이대로 둘 텐가

입력 2023-08-20 21:11:16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센트럴파크 없는 뉴욕은 상상할 수 없다. 매년 2천5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1856년 조경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뉴욕시로부터 습지 땅을 사들여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뉴욕에 그렇게 큰 공원이 필요하냐는 목소리가 있자 그는 말했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오."

마천루가 즐비하다 해서 일류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녹지 공간이 많아야 좋은 도시다. 녹지 공간에 전통까지 더해져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부러운 도시다. 빌딩숲 때문에 막힌 숨을 경복궁·창경궁·서울숲 같은 도심 공원이 뚫어 준다. 금싸라기 땅이라서 개발 유혹이 컸을 터인데 서울은 전통 공간과 숲을 잘 지켜 냈다.

시선을 대구로 돌려 보자. 자랑할 만한 도심 녹지 공간이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규모가 작다. 민간 테마파크가 부지 절반을 차지한 두류공원은 대구를 대표할 도심 녹지 공간이라 부르기에 부족하다. 이대로 단념해야 하나? 다시 한번 살펴보자. 후보지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달성공원이다.

달성공원의 면적은 12만6천576㎡다. 넓이는 합격선이다. 접근성도 아주 좋다. 공원 안에 희귀 수목과 조경수가 많다. 달성토성이 공원 외곽지를 둘러싸고 있어 역사성도 충분하다. 달성은 대구의 뿌리다.

하지만 애로 사항도 많다. '대구 12경' 중 하나라지만 솔직히 이름값 못 한다. 게다가 국내 최악의 동물원이라는 오명까지 듣는다. 단칸방 수준의 콘크리트 철장 안에서 동물들이 초점 잃은 눈빛으로 축 늘어져 있다. 동물 우리 주변은 냄새가 진동한다. 아이들이 견학 갔다가 동물이 불쌍하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탈출한 침팬지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포획 과정에서 마취총 후유증으로 숨져 전국 뉴스를 탔다.

달성공원은 시민 관심 못 받는 공원이 된 지 오래다. 보존 가치 높은 토성은 산책로로 쓰이는 바람에 사람 발길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선, 동물부터 시급히 공원에서 빼내야 한다. 대구시가 이곳 동물들을 향후 조성할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오래지만 진행은 함흥차사다. 동물을 빼내고 난 뒤 달성공원을 어떻게 꾸미겠다는 밑그림도 잘 안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구 국악계 한 인사가 낸 아이디어에 관심이 갔다. 달성공원을 '(가칭) 대구전통문화공원'으로 꾸미자는 것이다. 외국에 가 보면 해당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통 공간이 대부분 준비돼 있는데 대구에는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달성공원을 한국식 정원으로 조성하고 우리 전통음악 공연이 상시 열리는 기능을 겸하게 한다면 대구를 찾은 외국 관광객의 방문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그 아이디어에 나는 십분 공감한다. 달성공원의 잠재적 가능성은 크다. 면적과 입지, 역사성 면에서 이만큼 훌륭한 공간도 잘 없다. 달성공원을 대구의 전통과 문화, 숲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도심 근대골목, 서문시장으로 이어지는 도심 관광 벨트로서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다. 달성공원을 대구 대표 녹지 공원으로 만들려면 대구시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홍준표 대구시장 특유의 추진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