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불안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불안도가 떨어져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불안 극복할 방법 적극 찾아야
서울 신림역과 경기 분당 서현역 살인사건에 이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등산로 성폭행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19일 숨졌다. 최근 한 달 새 일상 공간에서 '묻지마'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잇따른 사건사고에 '테러 포비아(테러공포증)'가 확산하자 전문가들은 '타인과의 연대'가 불안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유학생활을 하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온 김혜린(가명·26) 씨는 최근 지하철에 빈 좌석이 보여도 앉지 않고 최대한 구석에 몸을 구겨넣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피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착용하던 이어폰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김 씨는 "흉기난동 사건을 접한 뒤에는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생긴 위협이 불안과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가 '파국화'로 뒤덮혔다는 분석이다. '파국화'란 부정적 사건에 대한 결과를 극단적이고 끔찍한 결말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지 왜곡 현상이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파국화' 현상이 반복되면 공포심에 더 빠져들게 되고 빠져들면 들수록 그 생각을 중단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절력을 의식적으로 키우는 것이 불안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즉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이성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변연계가 강하게 자극받으면 이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저하된다"며 "이 위기를 극복할 건설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전두엽이 자극되고 동시에 변연계 자극은 낮아져 불안이 준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친구 등 믿을 수 있는 타인과 불안함, 공포심을 나누고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절과 고립을 택할수록 타인을 불신하는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 감염병의 확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다"며 "이때 자신의 불안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면서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묻지마 범죄 이후 잇따르고 있는 살인예고글의 게시자가 10대 청소년들이 절대다수였다는 결과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대하지 않고 고립된 사회는 흉악한 '묻지마 범죄'가 반복되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분노를 조절하는 뇌의 영역이 덜 발달되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가 강한데 이러한 특성을 성인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청소년의 행동 자체를 탓하기보다 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묻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미래의 '묻지마 살인'을 막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불안도를 낮추는 해결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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