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음악 검열의 역사

입력 2023-08-08 11:25:36 수정 2023-08-08 11:40:36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음악 검열은 현대사회의 개념이 아니며,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은 기원전 376년에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쓴 자신의 '국가론'에서 음악 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는 노래란 '가사(logos)', '선법 또는 선율(harmonia)', '리듬(rhythmos)'의 세 가지가 조합된 것이지만, 그중에 가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선율과 리듬이 가사를 따라야 하지 가사가 선율과 리듬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법의 사용에 있어서는 비탄조의 선법이나 술취함, 유약함, 게으름과 관계있는 선법들은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음악과 문학은 인간사회의 도덕적 나침반이 되므로 예술의 어떤 측면과 예술가는 통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에 비해 그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의 오락성에 대해 관대했으나, 교육적 차원에서 선법의 사용이나 리듬, 그리고 악기의 사용 등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중세 시대에는 가사나 선율이 아닌 어떤 특정 간격에 있는 음정의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다장조에서 '파(F)'와 그 위의 '시(B)'는 그 간격이 화성학 용어로 '증4도'로 불리는데, 이 두 음정으로 된 화음이나 선율진행을 들으면 아주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악마의 음정'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교회 음악에서 이 음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증거는 없으며, '악마의 음정'이어서가 아니라 교회 음악가들이 지켰던 엄격한 화음 규칙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듯 음악 검열은 시대를 막론하고 시민의 도덕적, 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든 정치적 목적에서든 전세계적으로 이뤄져 왔다. 현대에 들어서 음악 검열은 인종차별, 폭력 또는 약물 조장, 음란성, 정치성 등을 이유로 대중음악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와는 달리 비틀스의 'Come Together(우리 함께 가요)'라는 노래가 1970년에 방송 금지된 적이 있다. 요즈음 TV 방송 출연자들이 입은 옷 브랜드를 테이프로 가리는 것과 유사한 이유인데, 당시 BBC는 특정 브랜드를 방송에서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코카콜라'라는 말이 들어 있다.

어이없는 금지곡 지정도 있었는데, 비틀스의 아주 경쾌한 노래인 'Back in the USSR(소련으로 돌아왔어)'는 발표 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가, 1990년에 '1차 걸프전'이 발발하자, BBC에 의해 22년 만에 방송금지곡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제목에서부터 적성국인 '소련'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에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군사 정권 시절인 1970-80년대에 금지곡으로 지정됐었다.

금지곡 지정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한 몫한다. 우리나라 금지곡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하지만 군사정권에서 많이 이뤄졌다. 가장 많은 대중음악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해는 1975년으로 무려 222곡이다. 대부분 '가사퇴폐', '창법저속', '시의(時宜)부적합', '불신감조장' 등이 그 이유다. 1971년에 발표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의 금지이유는 '사회불신풍조 조장'이었다. 1973년에 발표된 이장희의 '그건 너'가 금지곡으로 지정된 이유는 '타인에 대한 책임 전가'였다. 노래의 가사 중에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가 들어 있어서이다. 금지한 이유가 모두 그럴듯해 보인다. 마치 고대 그리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