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함에 따라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경제는 기대 이상의 허니문 랠리를 경험하며 장기 불황이 끝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적극적 추경의 기대 효과로 국내외 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0%대에서 1%대로 상향 조정하고, 3년 6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했으며, 우려했던 수출은 6월 들어 반도체 자동차 선박 호조에 힘입어 8%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중동발 긴장 국면은 이런 모든 긍정적 변화를 단숨에 무위(無爲)로 돌릴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수출과 기업 수익성, 소비심리, 금융 등 경제 전반을 짓누를 수 있다.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의했는데, 현실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볼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 격화 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만약 세계 원유 수송의 35%, LNG의 33%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파장은 상상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대형 유조선 통과가 가능한 수심은 대부분 이란 영해(領海)에 속해 있는데, 기뢰나 미사일·순찰함·헬기 등의 공격 위협이 가시화하면 에너지 통로는 바로 막히게 된다. 과거 위협만 있었을 뿐 봉쇄된 전례가 없었지만 미국의 참전으로 이번 상황은 달라졌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가뜩이나 대규모 추경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유가와 수입 물가까지 들썩이면 내수에 치명적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로 환율까지 치솟으면 아예 물가 고삐가 풀릴 위험도 높다. 기업들은 비용 상승 부담 때문에 추가 투자를 기피하고, 관세 위기에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수출마저 타격을 받게 된다.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내수는 더 움츠러들 수 있다. 0%대 성장률조차 위태롭다는 말이다. 모든 가능성을 상정(想定)해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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