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단, 경찰에 넘기려던 '故 채수근 사망 사건' 돌연 회수…"셀프수사" 논란

입력 2023-08-03 15:15:35 수정 2023-08-03 15:56:02

2일 경북경찰청에 자료 전달하던 중 '군기 위반 정황' 이유 들어 되돌려가
개정 군사법원법 따르면 군인 사망사고는 민간 수사기관 담당…군 측 변심 잦아 설왕설래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민간 사법기관에 넘겨주려다 이를 돌연 회수해 직접 조사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방부와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군검찰은 채 상병 사망사고 경위 가운데 '군기 위반 행위'가 파악된다는 이유로 전날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던 사건을 회수했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 사망·성폭력 사건은 군에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채 상병 사망 사건을 해병대 1사단 관할지 담당인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할 예정이었다.

경북경찰청은 사고 개요 등 그간 군이 수사한 내용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 절차를 개시하고자 했다. 이에 일부 자료 전달 절차도 밟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이첩 절차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국방부 검찰단에서 사건을 회수한다는 설명만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해 온 군 당국의 갑작스러운 변심은 이번만이 아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말까지 채 상병 사고 경위와 관련해 내사(입건 전 조사) 수준의 조사를 실시했으며, 같은 달 31일 오후 2시 국방부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병대사령부는 당시 브리핑을 한 시간 앞둔 오후 1시쯤 언론 설명을 백지화했다.

취소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비보도를 전제로 설명하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결국 브리핑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병대사령부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실에서도 지금까지 조사한 사고 경위를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 "해병대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오늘 계획됐던 언론 설명을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일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ship@imaeil.com
20일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ship@imaeil.com

군 당국이 채 상병 사고 경위와 관련해 수일 간 정보를 거머쥔 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갖은 의혹이 나온다.

일각에선 "채 상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군 관계자를 감싸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일에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의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 사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 사령관은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 대변인실은 "검찰단에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한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렸다. 실종된 채 상병을 찾기 위해 구급대를 비롯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순직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으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한 해병대 측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해병대는 책임소재 파악과 수색 매뉴얼 점검에 나서는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