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은 천상의 화원] 8월 한여름에 만난 식물들

입력 2023-08-02 12:57:15 수정 2023-08-03 11:30:09

쌉싸름 곰취의 귀한 꽃, 비로봉 가는 길 활짝
대구경북 자생 큰구와꼬리풀, 며느리 한 담긴 꽃며느리밥풀, 하트 모양 동자꽃
팔공산의 8월은 여름의 끝자락 가을꽃과 어우러져 강렬 유혹

꽃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대구 경북의 대표 명산인 팔공산이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43년 만에 지난 7월1일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팔공산은 해발 1,192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대구를 비롯한 여러 행정구역에 걸쳐 있으며 많은 국내 불교 역사·문화의 중추적 거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팔공산은 대구경북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이러한 팔공산에 계절따라 아름다운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자란다.팔공산에 숨은 천상의 화원이 문을 활짝 열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천상의 화원을 준비하는 8월

팔공산의 팔월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8월이라고 하면 한여름으로 느껴지지만, 초순에 입추가 있다. 입추 즈음이면 숲에는 가을꽃이 피기 시작한다. 한창인 여름꽃과 피기 시작하는 가을꽃이 한데 어우러져서 아주 밝고 강렬한 꽃들의 계절이 된다. 우리가 흔히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르는 곳은 보통 산 높은 곳의 능선부나 초원지대를 말한다. 그 천상의 화원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개장을 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사람들은 그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더위를 무릅쓰고 산을 오른다. 봄부터 무성하게 자란 키 큰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이 다리를 스치고, 어깨를 치며, 가끔은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그런 등산로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꽃들이 있다. 한껏 상기되어 빨갛게 익은 열매도 만난다.

팔공산국립공원은 그 어떤 곳보다 품이 너르다. 그 너른 품에 안긴 숲과 그 숲의 수많은 식물들을 속속들이 다 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나없이 마음을 뺏긴다. 식물은 그런 존재다. 알든 모르든 꽃이 핀 매력적인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팔공산의 한여름 꽃은 특히 화려한 빛깔과 매혹적인 자태로 이목을 끌어당긴다. 그런 꽃들과 함께하기 좋은 시절이 바로 지금이다.

◆ 시어머니의 오해가 한이 되어 핀 꽃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은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흔하게 자란다. 비로봉과 가까운 하늘정원에도 많이 자생하고, 비로봉에서 동봉으로 가는 길과 또 다른 등산로에서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꽃은 한여름에 피고 밝고 진한 자주색으로 꽤 화려한 색을 가졌다. 꽃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래쪽 꽃잎에 밥풀모양으로 부푼 무늬가 두 개 있다. 그런 꽃의 모양 때문에 이름이 붙었으며 그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예전에 흔히 있던 가정 내의 계급으로 인한 고부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밥이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밥풀 몇 개를 맛보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켰다고 한다. 그 후 시어머니의 학대로 며느리는 죽고 꽃으로 피었다. 시어머니의 오해가 한이 되어 혀 위에 밥풀이 붙은 모양으로 핀 꽃은 며느리밥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꽃며느리밥풀은 그중에 한 종류이다.

동자꽃
동자꽃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의 동자꽃

동자꽃은 깊은 산 숲속이나 높은 산의 초원에서 자란다. 천상의 화원에 제격인 꽃이다. 팔공산에서는 하늘정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곳에 가면 바로 지금 동자꽃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다른 능선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동자꽃은 키가 꽤 크게 자라서 1미터 정도 되기도 한다. 꽃은 오렌지와 비슷한 색이며 꽃의 모양도 참 특이하다. 꽃잎이 하트모양이다.

하트의 뾰족한 부분이 한 지점으로 모이고 각각의 하트모양 꽃잎은 가장자리 양쪽으로 가느다랗게 찢어진 조각이 있다. 동자꽃은 한겨울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가 죽은 어린 동자의 무덤에서 핀 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그럴까? 동자꽃은 숲을 뒤로하고 트인 곳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꽃핀다.

큰구와꼬리풀
큰구와꼬리풀

◆잎이 국화를 닮아 큰구와꼬리풀

큰구와꼬리풀은 대구·경북지역에 주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고유종)이며, IUCN적색목록 정보부족종(DD)으로 지정되어 있다. 8월에 비교적 볕이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피는 꽃이다. 팔공산 가산산성 주변에 이들이 자란다. 요즘 푸른빛이 도는 연한 보라색으로 벽자색의 고운 꽃들이 핀다. 꽃은 줄기 끝에 달리고 작은 꽃들이 모여 꼬리 모양을 한다.

잎은 다른 꼬리풀류에 비해서 깃털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 국화의 잎이 그러하다. 그래서 이름에 구와라는 단어가 들어갔고 구와는 국화라는 뜻이다. 잎이 국화를 닮았다고 여기면 기억하기 쉽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만 사는 식물이므로 더욱 의미가 있다. 더 많은 자생지가 발견되고 개체 수가 늘어 팔공산을 대표하는 귀한 꽃으로 더욱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곰취
곰취

◆곰이 사는 깊은 산에 나는 나물인 곰취

곰취는 하늘정원과 비로봉 가는 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을 좋아하는 곰취는 뿌리에서 나는 잎은 여러 개이며 상당히 크게 자란다. 하나의 줄기가 높이 자라서 끝에 노란 꽃들이 뚱뚱하게 모여 달린다. 아래쪽 꽃부터 피어 올라가면서 꽃줄기가 점점 자란다.

곰취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곰취라는 이름은 곰이 사는 깊은 산에 나는 나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곰이 먹는 풀이라는 뜻이 그 이름이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보통 "취"라는 말이 붙으면 식용하는 경우가 많다. 곰취도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봄에 시장이나 마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팔공산처럼 높은 산 능선길을 걸어야 만나지는 식물이다.

땅나리
땅나리

◆땅을 내려다보며 꽃피는 땅나리

이름에 나리가 들어가는 식물이 꽤 많다. 그중에 하나가 땅나리다. 땅나리는 한티재 가는 길 어디쯤에 핀다고 한다. 나리는 백합이라는 뜻으로 백합과 백합속(Lilium)에 속하는 식물을 통칭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땅나리라고 해서 땅에 붙어 자라는 키 작은 풀이 아니다. 땅나리는 키가 큰 편이며 땅을 내려다보며 꽃이 핀다. 보통 나리류들은 작은 키가 별로 없다.

봄에 싹이 돋아서 7월까지 키를 키워 7월부터 8월에 걸쳐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 줄기 끝에 몇 개의 꽃이 달려서 진한 주황색으로 핀다. 나리류들은 보통 꽃 속에 반점이 진하게 있다. 땅나리는 반점이 눈에 띄게 진하지 않아서 더욱 붉은색이 강하고 밝아 보인다. 땅나리는 IUCN적색목록 관심대상(LC)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꽃이 아름다워 특별히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만큼 귀하게 여기는 관심도 필요하다.

산앵도나무 열매
산앵도나무 열매

◆팔공산 새들의 양식, 산앵도나무

산앵도나무는 팔공산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봉에서 갓바위 가는 길이며, 서봉이며, 다양한 등산로에서 만나진다. 산앵도나무는 키가 작은 나무로 보통 1미터 내외이다. 산앵도는 산에서 자라는 앵두라는 뜻이다. 이 나무는 꽃이 늦봄 즈음이나 초여름에 핀다. 꽃은 아래를 향해 달린 작은 종처럼 생겼다. 보통 미색이 많고, 푸른색이 돌기도 하고 붉은색이 돌기도 한다.

꽃이 작고 아래를 향해 달려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나무를 8월에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열매 때문이다. 한여름에 산앵도나무는 앵두처럼 붉은 열매가 익어서 꽃보다 쉽게 눈에 띈다. 앵두보다도 작지만 그 색은 뒤지지 않으며 맛 또한 일품이다. 간혹 등산객이 한 두개씩 따먹기도 하지만 대체로 산앵도나무의 빨간 열매는 팔공산에 새들이 먹는다.

김영희 작가
김영희 작가

글·사진 산들꽃사우회 (대표집필 김영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