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가 어려운 이유

입력 2023-08-01 16:40:39 수정 2023-08-01 18:56:43

이민호 정치부 기자
이민호 정치부 기자

"어떤 정책을 제시해도 '청년' 글자가 들어 있으면 청년정책과로 가라고 합니다. 복지나 교육 관련 과에서 다뤄야 할 일인데도 말입니다."

최근 만난 한 청년 대구시의원은 정책을 구체화해 실행하는 데 있어서 '청년'이라는 단어가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고 했다.

복지나 교육 관련 과에서 다뤄야 할 정책을 만들어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해당 과를 찾아가면 청년 글자가 붙어 있으므로 청년정책과로 가라는 얘기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고,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도 청년과 관련한 정책적 논의를 시작하려면 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대구시가 청년 정책 발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이 청년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청소년기에는 입시에 몰입하고 이름 있는 대학에 진학해 대기업이나 전문직,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인생의 이상적인 경로로 여기고, 여기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청년을 바라는 기류가 있다. 이러한 경로를 밟기 위해서는 가정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경로를 따르기 위한 청년 본인의 분투가 필요하다.

이 경로 위에서 공공과 사회적 지원은 "그런 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약하다. 청년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일 자체가 익숙지 않다. 청년의 경로 의존적 삶에는 개개인의 의지, 재력이 크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경로를 벗어나 정치 영역에 진출해 청년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사회적 권리나 분배를 요구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있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청년 정치의 영향력은 초라한 수준이다. 대구시의회 의원 정원 33명 가운데 청년층(20, 30대)은 단 1명(3%)에 불과하다. 청년의 범위를 너그럽게 해석해 1970년대생을 포함해도 4명(8.25%)에 그친다. 정원이 300명인 21대 국회의원 중 20, 30대 청년층은 3.6%(11명)에 불과하다.

2023년 7월 기준 대구시 인구 중 20, 30대 청년 인구는 약 56만 명으로 전체의 23.8%에 해당한다. 인구수에 비례해 청년의 정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규범은 없지만, 전체 인구 대비 청년 비중을 보면 시의회나 국회 내에서 청년들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순 없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청년 정치인은 '후배들에게 출마를 권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정치인이 되는 걸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배경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고, 당에서 입지를 쌓아가야 하는데 이러한 활동에 재력이 필요하다. 광역·기초의원으로 임기를 이어가려면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란 참으로 어렵다. 자신에게 공천을 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임기를 이어가지 못하면 자칫 다시 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생(生)을 위한 사회적·물적 기초를 쌓아가고 있는 청년에게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일은 그 벽이 너무 높다. 이 벽을 낮추는 일은 어렵지만, 분명히 한국의 정당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어야 한다. 정치인을 양성하는 구조가 바뀌어야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도 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