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할리우드 AI 파업

입력 2023-07-17 20:02:05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미국 할리우드에서 작가조합(WGA)에 이어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14일(현지시간)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63년 만에 작가·배우조합 동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1차적 이유는 재상영 분배금과 기본급 인상이지만, 핵심 쟁점은 AI(인공지능)이다. 그래서 이번 파업을 'AI 파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AI가 할리우드 장인(匠人)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AI 윤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이번 파업은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배우와 성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딥 페이크(deep fake·AI를 이용해 여러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로 얼마든지 재창조된다. 작가 여러 명이 수개월~수년씩 심혈을 기울여 쓰던 TV·영화 대본도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순식간에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다.

스태프 역시 'AI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0세인 해리슨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에서 AI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40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다. 숙련된 기술로 희소성을 인정받았던 특수 분장이나 시각·음향 효과 예술가, 영상 편집 전문가들의 입지가 AI에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제작자연맹은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한 이미지와 영상 등은 제작사가 소유하고, 이를 AI로 작업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협약을 제안했다. 배우와 연기자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수익 한 푼 없이 딥 페이크 광고·영화 등으로 얼굴과 연기가 얼마든지 유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세상을 떠난 뒤에도 AI를 이용해 새로운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배우들이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제작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작가·스태프들도 생존 대책이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1960년 작가·배우조합 총파업에는 매릴린 먼로가 참여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조합장이었다. TV 산업 초창기였던 당시에는 TV에서 영화 재상영 시 보상 문제를 두고 생존 투쟁을 벌였고, 그 성과로 재방송 수수료 보장과 연금 등 복지 혜택을 얻어 냈다. AI 파업은 어떻게 결론 지어질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