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수증기, 물폭탄으로 돌변…이상기후 앞으로가 더 문제

입력 2023-07-17 18:08:39 수정 2023-07-17 20:26:55

남쪽에서 유입된 강한 수증기·압축된 정체전선…일부 지역에 비 쏟아내

9일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유원지 일대에서 강한 소나기성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유원지 일대에서 강한 소나기성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가 거대한 물폭탄을 맞았다. 예년의 장마철과 달리 올해는 한반도를 기준으로 남쪽에서 막대한 수증기가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집중호우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는 강하게 발달한 정체전선의 영향이 크다. 다만 단순히 '장마 현상'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예년과 달리 정체전선상으로 막대한 수증기가 끊임없이 공급되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강하게 형성된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통로는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되는 '수증기 길'로 작용했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세력이 강할수록 통로가 좁아져 바람의 강도가 세지고 그만큼 수증기의 유입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 막대한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만나 폭우로 돌변했다.

문제는 막대한 수증기가 유입된 원인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상청도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강수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현호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의 온도는 지속적으로 따뜻해지고 있고, 강수량과 빈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UN 산하 국제 협의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3월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통상 기온이 1도 증가하면 공기가 수증기를 품을 수 있는 능력이 7%씩 증가한다. 한반도의 여름 강우량은 지구온난화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995년 이전에는 전국 평균 367㎜였던 강우량이 1995년 이후에는 444㎜로 21%나 급증했다.

기후 변화와 '엘니뇨' 영향이 동시에 맞물린 영향이라는 견해도 있다. 예년과 달리 한반도가 엘리뇨 영향권에 들면서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엘리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종성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올해 집중 호우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엘니뇨의 발달을 들 수도 있다. 기록을 보면 엘니뇨가 있던 시기 한반도 장마철의 강수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수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런 홍수 등이 한국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 스페인에서 침수 피해가 있었고 미국과 일본, 중국도 이번 장마전선으로 폭우 피해가 있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