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재난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자세

입력 2023-07-18 18:27:02 수정 2023-07-18 20:04:15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모현철 뉴스국 부국장
모현철 뉴스국 부국장

무심한 장맛비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경북은 이번 집중 호우의 전국 최대 피해 지역이 됐다. 지속적으로 쏟아진 비가 지반을 약화시키고 산사태를 일으켜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돌풍과 엄청난 비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태풍이 아닌, 장마 기간 집중 호우로 많은 피해가 난 건 이례적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경북 북부권역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장마가 지난해보다 기간이 길고 강수량도 많을 것이란 예보가 있었다. 이미 많은 비가 예고됐는데도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하차도, 지하 주차장, 저지대 반지하 가구 침수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오송 지하차도의 참극이 되풀이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하고 허술한 대처가 수해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마크 트웨인은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막연한 믿음은 방심을 부르고 예방 조치에 손을 놓게 된다. 문제점을 미리 찾아낸다면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재난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재난에 강한 나라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해 8월 호우 피해 때 사저로 조기 퇴근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는 나토 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하며 자리를 비웠다. 수해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윤 대통령도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결단은 한국 기업들의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정신으로 양국이 강력히 연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생즉사 사즉생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휘하 장수와 병사들에게 했던 비장한 토로였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아 수재민의 손을 잡고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산사태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폐허가 된 모습이다. 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다녀왔지만, 미사일이나 폭격을 맞은 것보다 여기가 피해가 더 심하다"고 했다.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토사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폭우가 몰고 온 재앙에 몸 성한 게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마주한 현실은 절망적이다. 경로당 임시 대피소에 모인 이재민들은 폭탄을 맞은 것같이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앞으로 먹고살 길은 더 걱정이다.

윤 대통령은 예천군 이재민과 약속한 대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재난 복구와 대비에 나서야 한다. 자리를 비운 사이 원격회의를 했지만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고쳐야 한다. 재난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취약 지역을 점검하고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 재난과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윤 대통령은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재난에 맞서 싸워 이기는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