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엄마' 자처하는 고부지간
고부의 노력 덕에 모자원 분위기도 바뀌어 가
시어머니 "나눔활동은 오히려 내가 에너지 얻는 일"
2대에 걸쳐 '키다리 엄마'를 자처하며 모자원에 있는 한부모가정에게 무료로 반찬을 제공하는 고부(姑婦)가 있다. 18년 동안 남몰래 반찬 배달을 이어온 시어머니 임순자(67) 씨와 그의 나눔 정신을 계승한 며느리 조율희(40)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대구 서구 상리동에 있는 소망모자원에 매달 반찬 배달을 한다. 지난 2005년부터 손수 만든 반찬을 배달했던 시어머니에 이어 최근에는 며느리까지 나눔활동에 동참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집밥도 먹기 어려운 모자원 가족들에겐 이들이 가져다주는 반찬이 '친정엄마의 손맛'인 셈이다.
고부가 후원하는 소망모자원은 미혼모 등 저소득 한부모가정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한때 123명이 거주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으나 지금은 어머니 26명, 아이 37명 등 63명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혼 등으로 마땅한 주거공간이 없고 경제력조차 갖추지 못한 젊은 여성들이 아이와 함께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부와 소망모자원의 인연은 지난 2005년 시어머니 임 씨가 소망모자원에 일일 봉사를 하러 오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이곳에 있던 엄마들을 보니 다들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희망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며 "모두가 딸처럼 여겨져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자 반찬배달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18년 동안 여러 위기에도 꿋꿋이 반찬배달을 이어오던 임 씨였지만 최근에는 각종 잔병치레에 시달리며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그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 두 아들과 며느리들이었다. 특히 맏며느리인 조 씨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조 씨는 "시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진정한 어른다운 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깨달았다"며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부모가 되기 위해선 시어머니의 나눔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부의 나눔은 소망모자원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사회적인 편견과 피해의식 속에 늘 고성이 오갔던 소망모자원에는 최근 화합과 나눔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소망모자원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배향란 사회복지사는 "고부의 모습을 보면서 입주자들도 누군가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 같다"며 "입주자끼리 서로 아이를 봐주거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소액이라도 다른 사회복지기관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홀로 18년, 이제는 며느리와 같이 반찬배달에 나서는 임 씨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껏 반찬배달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눔활동을 펼치면서 내가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 계속해서 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우리 자식들이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 이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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