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어떤 게 출제됐나?…"수준 높은 추론, 배경지식 차이가 풀이에 영향"

입력 2023-06-26 16:22:54 수정 2023-06-26 21:02:04

최근 3년 수능·올해 6월 모평 중 '킬러 문항 22개' 지적
교육부 발표에도 "킬러 문항 기준 모호, 변별력 확보 해답 없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지난 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한 6월 모의평가 문항 중 총 22개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고차원적인 접근 방식 ▷추상적 개념 사용 ▷과도한 추론 필요 등을 이유로 킬러 문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는 이런 종류의 킬러 문항을 출제 단계에서부터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킬러 문항…국어 7개·수학 9개·영어 6개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했다. 교육부·현장 교원을 중심으로 '킬러 문항 점검팀'을 구성해 킬러 문항을 골라냈다고 설명했다.

국어·영어·수학 킬러 문항 사례를 보면 ▷2021학년도 수능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 등 모두 22개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 13번 문항. 교육부는 26일 최근 3년 수능 및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총 22개 출제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제공
2022학년도 수능 국어 13번 문항. 교육부는 26일 최근 3년 수능 및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총 22개 출제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제공

영역별로는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다.

우선 국어에서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몸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다룬 지문을 읽고 추론하는 14번, 조지훈의 '맹세'와 오규원의 '봄'이라는 시를 읽고 푸는 3점짜리 문제인 33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적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의미 해석을 위해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을 읽고 풀어야 하는 15번과, 클라이버의 법칙을 이용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17번 문제가 과도한 추론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국어 독해력보다 배경지식의 차이나 수학적 이해 능력이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수학에서는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공통과목인 21번·22번, 선택과목 '미적분'에서 마지막 문항인 30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적됐다. 22번의 경우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공교육만 받은 학생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2023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도 공통과목 마지막 주관식인 22번과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의 30번, '미적분' 30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특히 22번의 경우 공통과목인데도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은 '변곡점'의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다른 학생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미적분' 29번이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활용해 풀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수능 '기하' 30번 역시 대학에서 배우는 '벡터의 외적' 개념을 활용해 풀 수 있다며 킬러 문항이 됐다.

영어에서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33번·34번, 2023학년도 수능에선 34번과 37번, 2022학년도 수능에선 21번과 38번이 킬러 문항으로 뽑혔다. 교육부는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킬러 문항' 기준 여전히 모호

교육계에선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자는 방침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대학 전공자가 풀기에도 난해한 킬러 문항은 사교육 경험에 따라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이날 킬러 문항 없이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그간 교육부는 매번 수능 직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019학년도 수능부터 교육과정 내에서 어떤 성취 기준을 충족해야 풀 수 있는지 개별 문항의 출제 근거도 공개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국어, 영어는 시험 범위 자체가 '교과서 범위 내의 다양한 소재와 지문을 이용한다'고 돼 있어 킬러 문항 판정 자체가 모호하다"며 "킬러 문항에 대한 논쟁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은) 전문가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교육과정 안이냐, 밖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에서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기준이다"고 밝혔다.

한편, 변별력 확보 문제와 관련해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관은 "현장 교사들이 출제 기법 고도화에 참여해 현장 눈높이에 맞도록 킬러 문항을 스크리닝해나가겠다"며 "이 부분은 9월 모의평가 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