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시위 자유는 무한정 보장 권리 아냐…적절한 규제 기준 확립해야

입력 2023-06-20 05:00:00

지난 17일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대구시와 경찰이 사상 초유의 충돌을 빚었다. 대구시는 "집회 신고를 하더라도 장소가 공공 도로라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홍준표 시장이 진두지휘해 도로 점용을 제지하는 행정대집행 권한을 발동했다. 반면 경찰은 "적법 신고된 집회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도로를 사용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을 막아섰다.

민주국가에서는 사상이나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출, 의사 형성을 이뤄내고 자유를 획득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특히 독자적 여론을 형성해 내기 힘든 사회적 소수자들은 집회와 시위라는 의사 표현을 통해 소수자들의 의견을 국가 전체 의사결정에 반영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갖춘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가치인 다원주의도 실현된다. 이 때문에 헌법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퀴어축제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는 다른 사람의 보편적 복리는 물론, 법률이 보장하는 타인의 권익과 충돌할 가능성을 언제든지 내포하고 있다. 17일 퀴어축제에서도 시내버스 운행이 막힘으로써 일부 시민들이 버스 이용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 피해가 발생했다.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대체 지상 교통수단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고, 집회권이 버스 이용객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집회·시위 자유는 무제한 인정되는 것이 아닌 상대적 기본권이다.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에서도 절대다수 응답자가 현행 집시법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낼 만큼 타인의 권익을 존중·배려하는 집회·시위 문화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타인의 이동권을 막는 무분별한 도로 점거나 휴식권을 방해하는 야간 집회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집회·시위 관련 규정을 손볼 준비를 하고 있다. 시의적절한 것이며 결과 도출을 위한 속도 역시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