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경북대 행정대학원장(한국정부학회장)
김남국 의원으로 인해 나라가 시끄럽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 가상화폐를 거래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 넘어갔는데 의원 사퇴 주장까지 나온다. 어떤 판사는 청문회에서 5천 건이 넘는 주식 거래가 드러났다. 그 판사는 점심시간에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회 본회의 중에 휴대전화로 여성 사진을 보다가 기자들에게 들켰다. 상임위원회 중에 가상화폐를 거래한 것이 심각한 문제라면 김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것이다. 가상화폐가 정치자금으로 갔다면 검찰이 기소하면 된다. 나는 김남국 의원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굳이 나까지 비난에 가세할 의사도 없다.
가상화폐는 돈인가? 아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가상화폐를 주면 주인이 받는가? 안 받는다.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짜 돈'이다. 가상화폐를 사는 것은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유망한 기술에 대한 투자라는 주장이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변경이나 조작을 방지하는 보안 기술일 뿐이다. 활용 분야가 기록 보관으로 한정된 기술이다. 더구나 블록체인 없이도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가상화폐에 블록체인을 왜 넣었을까? 블록체인을 유망한 신기술로 홍보한다. 블록체인을 가상화폐에 넣는다. 가상화폐를 사는 것이 투자로 미화(美化)된다. 이러한 의심이 든다.
사람들이 진짜 돈을 주고 가짜 돈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상화폐를 어디에 쓰는가? 어렸을 때 나는 문방구에서 100원에 구슬 10개를 사서 구슬치기를 했다. 남의 구슬을 따는 것이 목표였다. 구슬을 다 잃으면 다시 문방구에서 구슬을 샀다. 매일 구슬치기를 하다 보니, 한 친구가 구슬을 1천 개 갖게 되었다. 하지만 구슬로는 자장면을 사 먹을 수 없었다. 이 친구가 돈을 받고 구슬을 팔기 시작했다. 100원에 구슬 20개를 주면 사려는 아이들이 많았다. 구슬이 있어야 구슬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아니, 구슬이 있어야 남의 구슬을 딸 수 있으니까. 이제 구슬은 도박판의 칩(Chip)이 되었다. 칩은 돈이다.
사람은 망각(忘却)의 동물이다. '바다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바다 이야기'는 일본에서 수입한 오락실용 게임이다. 게임은 단순하다. 물고기를 낚아서 점수를 획득하면 된다. '바다 이야기'를 하려면 게임머니가 있어야 한다. 돈을 주고 게임머니를 샀다. 돈을 주고 구슬을 사는 것과 같다. 열심히 '바다 이야기'를 해서 1만 점을 얻었다. 1만 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자장면 한 그릇도 사 먹을 수 없다. 보상이 없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점수를 상품권으로 바꿔 주었다. '바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주었다. 상품권 10만 원을 주면 현금 9만 원을 받는 식이다. 1만 원은 '깡'을 해주는 사람들의 몫이다. '바다 이야기'는 도박이 되었다.
어떤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매출 또는 이윤이 증가하면 주가가 오른다. 가상화폐는 가짜 돈이어서 그 가치를 결정하는 펀더멘털(Fundamental)이 없다. 가상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하나밖에 없다. 가상화폐를 사려는 사람들이 팔려는 사람들보다 많으면 가치가 오른다. 다른 이유가 없다. 언제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모른다. '우연히' 사려는 사람들이 많을 때 팔면 된다. 가상화폐 거래는 '눈치 게임'이다. 눈치껏 숫자를 외쳐야 한다. 다른 사람과 같은 숫자를 외치면 탈락이다. 미적거리다가 숫자를 외치지 못해도 탈락한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가상화폐 투자로 선거 3, 4차례 치를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자고(自古)로 도박판에서 딴 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다른 사이비 종교나 투기 광풍(狂風)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열풍(烈風)도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네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가상화폐 시장을 설계한 사기꾼, 사기꾼에게 속아서 진짜 돈을 탕진한 대중, 대중을 부추기는 언론, 돈 냄새를 맡은 부패(腐敗) 정치인.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이 커서 일확천금(一攫千金)이 가능하다. 가상화폐 투자는 운이 7, 눈치가 3인 도박이다. 그리고 가상화폐는 도박에 사용하는 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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