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맛 부심으로 이어온 숨은 맛집 '등푸른회식당'
막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등푸른막회거리' 명천회식당
갖은 해산물 음식이 넘쳐나는 경북 포항이라 해도 그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음식은 '막회'가 아닐까 싶다. 어제 먹었어도 오늘 또 먹고 싶고 타 지역 손님보다는 지역민들이 더 자주 찾는 것이 막회다.
막회는 등푸른 생선이 주 재료다. 등푸른 생선과 갖은 야채 및 해산물을 넣고 잘 발효된 초장에 쓱싹쓱싹 비비면 극강의 맛에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게 되는 회 비빔밥이 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막회 맛집들도 포항에 많겠지만, 택시기사들이 다니는 진정한 맛집은 따로 있다.
◆효자동 '등푸른회식당'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위치한 '등푸른회식당'은 지난 38년간 택시기사들이 꼭꼭 숨겨놓고 즐기던 맛집이다.
이 식당이 바닷가에 넘쳐나는 막회 식당을 모두 누르고 1위에 오른 비결은 '맛에 대한 사장의 고집'으로 보인다.
이곳은 막회 재료로 청어를 쓰는데, 청어를 구하지 못하면 아예 가게 문을 닫는다.
최근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청어 조황이 나쁘지 않아 당분간은 괜찮지만, 청어 조업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언제 공급이 끊길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청어를 막회 재료로 고집하는 건 맛 때문이다.

채말수(69) 사장은 "옛날에는 잡어도 써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해봤지만 청어만큼 맛을 내는 것이 없었다"며 "물가자미로 해도 되긴 하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 상에 올릴 정도의 양이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품이 많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다 막회에 들어가는 야채는 직접 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미역의 경우에는 포항 여남지역 해녀들이 직접 딴 자연산만 구입해 쓴다. 이렇게 해야 짙은 바다향과 쫄깃하고 꾸덕한 식감이 오래간다고 한다.
이런 막회를 아무 밥에나 비벼먹을 수는 없다.
이 집은 밥을 질지도, 너무 되지도 않게 짓기 위해 여러 밥솥을 찾다가 물 건너 일본에서 답을 찾았다. 큰 밥솥이 없어 작은 가정집용 4개를 사서 밥을 짓고 있다.

음식 조리에 쓰이는 조선간장도 사장이 콩으로 메주를 쒀 직접 담글 정도로 맛에 대한 정성이 엄청나다.
채 사장은 건강 탓에 여느 맛집들처럼 세대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며느리 박희영(39) 씨가 한 달 전부터 회 써는 일부터 가게 운영에 관한 일들을 배워가고 중이다.
박희영 씨는 "시어머니는 정말 맛에 진심인 분"이라며 "하루하루 많이 배우고 깨닫고 있다"고 했다.
◆동빈1가 '명천회식당'

등푸른막회하면 포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등푸른막회거리'이다.
포항시 북구 동빈1가에 위치한 이곳 거리의 식당들 중 택시기사들은 '명천회식당'을 으뜸으로 꼽았다.
이 식당도 맛집답게 특색이 뚜렷하다. 막회 생선으로 청어를 주로 쓰는데, 여기에 부시리나 방어를 제철에 따라 섞어 넣어주는 특징이다. 과거 오징어 풍년이던 시절에는 오징어도 들어갔지만, 요즘은 오징어가 금값이다 보니 섞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회초장 등 양념장에 사용되는 고추장은 국산 재료를 엄선해 직접 담가 여느 집보다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돌미역은 수확이 안 되는 여름철을 대비해 대형 냉동고를 구비했다. 이 덕에 1년 내내 미역을 손님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이광국(46) 사장은 "무엇보다 고기와 양념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손님의 기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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