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해풍이 빚은 포항만의 맛, 세계 무대 진출
6월 한달간 집중 미식 프로젝트 진행
경북 포항시가 6월 한 달을 '창의적 미식 문화의 달'로 선포하고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 가입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요리 경연부터 영화제·포럼·팝업 홍보관까지 포항의 맛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포항과 서울, 부산 일원에서 잇달아 펼쳐진다.
지역 음식 자산을 도시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포항시의 구상이 6월을 기점으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 도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는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이끌기 위해 2004년 출범한 국제 협력체다.
미식·문학·영화·음악·공예·디자인·미디어아트·건축 등 8개 분야를 지정하고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 자산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회원 도시 자격을 부여한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 400여개 도시가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식 분야에만 59개 도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창의도시 가입은 단순한 '인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입 도시는 세계 각국의 창의도시와 문화 콘텐츠와 산업 노하우를 교류하고, 도시 브랜드를 국제 무대에 알릴 수 있는 상시 채널을 갖게 된다.
관광 유입과 지역 식품 산업 육성,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음식과 도시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것이 21세기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 된 시대에 미식 창의도시 타이틀은 지역 경제에 직접 연결되는 무형의 자산이다.
국내에서는 전주와 강릉이 미식 분야 창의도시로 활동 중이며 원주·부천(문학), 부산(영화) 등 총 10개 도시가 가입 상태다.
포항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올해 1월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도전을 본격화했다.
◆바닷바람으로 발효된 포항의 맛
포항의 미식 자산은 단순히 '해산물이 풍부한 항구도시'라는 표현으로 다 담기 어렵다.
물회는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이면서 차가운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교차시키며 재료를 다루는 동해안 특유의 감각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과메기는 겨울 해풍이 만들어내는 발효·건조 문화의 정수로 냉동이나 가공 기술 없이 자연환경이 숙성 조건 전체를 담당하는 전통 식품이다.
이밖에도 구룡포의 대게, 호미곶 일대의 문어, 죽도시장에서 새벽마다 펼쳐지는 활어 경매까지 포항의 식문화는 바다와 어시장,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함께 엮여 있다.
포항시가 유네스코에 제출할 미식 창의도시 신청서의 핵심 논거도 이 지점에 있다.
단일 음식이나 식재료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해양 환경과 전통 식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해양 미식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바다와 전통시장, 발효·건조 식문화가 어우러진 포항을 하나의 살아있는 미식 문화 생태계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항의 맛을 증명하는 6월
포항시는 장소와 성격이 다른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한 달에 걸쳐 연속으로 운영한다.
포항 현지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까지 무대를 넓혔다.
시작은 오는 7일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광장에서 열리는 '전국 청년푸드버스킹 요리경연대회'다.
'포항의 맛을 한 손에 담다: 로컬 미식박스'를 주제로 전국에서 선발된 청년 셰프 10개팀이 포항산 해산물과 식재료를 재해석한 창작 요리 경합을 벌인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시연과 시민 참여형 평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일본 우스키시의 청년 셰프들도 참가해 국제 미식 교류의 자리를 더한다.
우스키시는 규슈 오이타현에 위치한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로 포항과 음식을 매개로 한 교류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바다를 공유하는 두 항구도시의 청년 셰프들이 같은 무대에서 각자의 식문화를 풀어놓는 장면은 이번 행사의 상징적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 뒤인 8일에는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포항 미식영화제'가 열린다.
음식과 영화, 도시 문화를 결합한 융복합 행사로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사케의 탄생' 상영 이후 한·일 미식 토크쇼가 이어진다.
토크쇼에서는 주류 전문가 등이 참여해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포항과 우스키시의 전통주를 나란히 시음하는 품평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포항물회 시식 코너도 함께 열려 영화제의 여운을 미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영화), 부천(문학), 우스키시(미식) 등 국내외 유네스코 창의도시들이 참여해 도시 간 문화 콘텐츠 공유의 장도 마련된다.
9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40일간 '포항 미식 팝업홍보관'이 운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국내외 관광객과 한식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최초의 한식 전문 문화 공간이다.
팝업홍보관의 주제는 '바다와 바람이 만든 맛의 기록, 포항 미식 아카이브'로 정했다.
바다에서 출발해 해풍을 맞으며 건조·발효되고, 장인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시한다.
12일에는 같은 공간에서 '포항 정통 물회 쿠킹클래스'와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시와 연계한 미식·문화 토크콘서트도 진행된다.
16일에는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미식창의 포럼'이 열린다.
포럼은 서울시립대 남기범 교수의 기조연설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와 지속 가능발전의 방향'으로 문을 연 뒤 이후 세션에서 지역 식재료와 전통음식의 문화 가치 확산, 지속 가능한 식문화 생태계 구축, 미식 자원의 브랜드화 전략, 청년과 연계한 미식산업 활성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된다.
한 달의 마무리는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다.
국내 대표 미식 축제인 BFFF에 포항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홍보관을 운영하며 참여한다.
홍보관에서는 포항의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 미식 콘텐츠를 소개하며 전국 방문객을 대상으로 포항 미식의 차별성을 알리고 국내 유네스코 창의도시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왜 미식 창의도시인가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 가입이 실현되고 '해양 미식도시'라는 브랜드가 국제적으로 공인되면 국내외 관광객 유입, 지역 수산·발효 식품의 판로 확대, 미식 관련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이 연쇄적으로 기대된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심사는 도시의 고유 미식 자산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문화 생태계 구축 계획, 국제 교류 실적, 시민 참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포항시가 이번 6월 집중 프로그램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심사 준비의 실질적 근거 자료로 기획한 이유이다.
우스키시와의 청년 셰프 교류, 창의도시 간 공동 행사, 서울 팝업관의 시민 반응 등이 모두 포항의 가입 신청서를 뒷받침하는 콘텐츠가 된다.
장상길 포항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창의적 미식 문화의 달 행사는 포항 고유의 미식 자산을 도시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 교류의 기반을 넓혀 유네스코 미식창의도시 가입이라는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