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유행을 휩쓸었던 젤리슈즈가 재등장했다. 젤리슈즈는 2000년대 초에 잠시 유행하다가 '추억의 신발'로 취급받게 된 지 오래였다. 반짝거리는 외형에 쭉쭉 늘어나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이 특징이다.
추억의 신발이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재유행하기 시작했다. 젤리슈즈는 땀이 덜 차는 데다가, 비가 오는 날에도 끄떡없어 여름철 신발로는 제격이어서다. 게다가 귀여운 외형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과거 유행과 다른 점은 '자체 제작'이다. 마음에 드는 장식을 구매해 젤리슈즈에 달고 나만의 신발을 만든다. 장식은 다양하다. 주렁주렁 큐빅이 박힌 화려한 장식뿐만 아니라, 작은 크기의 큐빅도 인기다. 이 같은 행위는 '젤꾸'로 불린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장식에 이용되는 '파츠'들의 개별 가격이 1천원~5천원 사이인 데다가, 일부 슈즈는 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다.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젤꾸'를 하는 데 대략 3만원 정도의 예산만 준비하면 된다. 기본 10만원이 넘어가는 브랜드 신발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한 셈이다.
'자체 제작' 유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발을 꾸미는 행위는 '크록스'가 유행하면서 시작됐다. 푹신한 재질로 만들어진 데다가, 구멍이 송송 뚫린 부분에 장식을 달 수 있다. 구멍에 끼우는 장식은 '지비츠'라고 불리는데, 좋아하는 캐릭터나 자신의 이름 이니셜 등 모양이 다양하다.
신발뿐만 아니라 PVC 재질의 가방도 선호되고 있다. 반질반질한 재질에 눈길을 확 끄는 원색이 매력적이어서다. 가방에도 눈에 띄는 열쇠고리나 보석을 달아 더욱 화려하게 꾸미곤 한다.
꾸미는 행위는 과거 볼펜에서 신발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일명 '볼꾸'로 불리는 행위였다. 기본 볼펜에 장식을 덕지덕지 붙여 마치 요술봉처럼 만드는 놀이다. 만들어낸 볼펜을 SNS에 올려 자랑하거나, 친구의 취향에 맞는 볼펜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식으로 유행이 이어졌다.
말랑이와 같은 완구 유행의 중심이 칠성시장이었다면, 젤리 유행은 서문시장에서 맛날 수 있다. 서문시장에는 슈즈부터 장식품까지 한 번에 팔아 손쉽게 젤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들 매장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MZ세대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완제품을 구매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 MZ들은 물건에 자신의 취향을 덧입히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신발과 볼펜에 장식을 붙이며 평범한 물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이 하나의 취미이자 놀이가 됐다. 발끝까지 취향을 덧입히고, 공유하는 문화에 한 번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