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정순임 작가, "400년 종갓집 담장너머 세상에 전하는 치유 에세이"

입력 2023-05-17 11:19:19 수정 2023-05-17 14:54:07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파람북) 펴내
잊고 있었던 상처 마주한 귀향살이, 치유위한 처방전으로 '글쓰기'
'심심책방', 20일 저녁 7시 대구 쎄라비서 '정순임 작가 북콘서트'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나 객지에서 녹녹지 않은 청년시절과 장년시절을 보내고, 나이 50에 400년 종택으로 귀향해 잊었다 여겼던 상처를 보듬고 고택 담장 너머로 향하고 있는 정순임 작가의 치유 에세이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나 객지에서 녹녹지 않은 청년시절과 장년시절을 보내고, 나이 50에 400년 종택으로 귀향해 잊었다 여겼던 상처를 보듬고 고택 담장 너머로 향하고 있는 정순임 작가의 치유 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평생 꿔 왔던 꿈이 책이 되어 내게로 온지 꼭 한달입니다. 책을 펴면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고, 따라 읽다 보면 와락와락 삶을 안아주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옆사람 어깨를 걸고 함께 걷고 싶은, 그런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상주 우복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나 청년과 중년시절 녹녹치 않은 객지 생활을 끝내고, 나이 50에 400년 고택 산수헌(山水軒·국가민속문화재)으로 귀향한 정순임 작가.

그가 혼자만 겪었다면 절대로 쓰지 않았을, 사람으로 태어나 여자로 살기를 강요 받았고, 기어이 사람으로 살아내고 싶은 한 인간의 이야기를 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파람북 출판)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종부(宗婦)인 엄마에게 간장·된장·고추장·조청 등 종가 비법을 전수받아 브랜드화 하면서도 어릴적부터 나이 6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끝간데없이 이어지고 있는 갈등, 같은 여성으로서의 겪어야 했던 편견,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딸들에 대한 여성차별을 감내하고 극복해 내는 나름의 처방전이다.

정순임 작가는 "잊고 있었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평생을 따라 다닌 상처를 마주하게 된 귀향 살이. 다행히도 은유가 생활인 사람들 틈에서 자라 큰소리 내며 싸우는 대신 조용히 짐을 쌌고 내 방식으로 그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처방전이 글이었다"고 집필 이유를 말한다.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나 객지에서 녹녹지 않은 청년시절과 장년시절을 보내고, 나이 50에 400년 종택으로 귀향해 잊었다 여겼던 상처를 보듬고 고택 담장 너머로 향하고 있는 정순임 작가의 치유 에세이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나 객지에서 녹녹지 않은 청년시절과 장년시절을 보내고, 나이 50에 400년 종택으로 귀향해 잊었다 여겼던 상처를 보듬고 고택 담장 너머로 향하고 있는 정순임 작가의 치유 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가슴 먹먹하고, 맛깔난 서평에서도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어떤 독자는 "혼자 큭큭 웃고, 코끝이 찌릿찌릿, 눈물이 주룩 흐르는 경험을 해보다니"라 했고, 또 다른 이는 "맛있어 웃음이 나고, 매워서 눈물이 나고, 뜨거워서 걱정이 되고, 어떤 장에선 목에 걸린 가시가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낀다"라 했다.

어떤 대학 후배는 "책 읽으면서 몇번을 울컥했네요. 선배님 덕분에 적당히 포기하고 미뤄뒀던 숙제에도 조금 다가갈 수 있었던 책, 감사해요 선배"라 전하기도 했다.

책으로 페친이 된 어떤 독자는 "순임씨의 삶에는 올곧은 시대 정신이 깃들어 있어서 더욱 공감되고 울림이 된다"고 했고, 어떤 이는 "글을 참 잘쓰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감동을 주는 글은 '솔직한' 글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라 말하기도 한다.

정순임 작가는 "단단한 말은 하는 사람의 삶을 담았기에 조근조근 내놓아도 가슴에 닿고, 사근사근 써내려도 마음을 움직인다. 단단한 말을 할 줄 아는 단단한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이토록 담담한 글 속에 삶과 웃음과 눈물을 담았냐'는 문자를 받았을 때 날 듯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오는 20일 저녁 7시, 대구 쎄라비에서 '정순임 작가 북콘서트'가 마련된다. 심심잡화점&심심책방이 나이 60을 앞둔 종갓집 귀향 소녀의 삶과 400년 고택 담장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정순임 에세이 표지
정순임 에세이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