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좀비 마약’ 펜타닐 급속 확산…과다복용 사망 5년새 4배로

입력 2023-05-04 17:38:57

불과 5년 만에 이 마약으로 인한 사망율 4배 가까이 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

아편류 합성마약 펜타닐이 미국 젊은 층에 급속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아편류 합성마약 펜타닐이 미국 젊은 층에 급속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블러드 시티' 장면. 연합뉴스

"의식이 없는 듯한 몽롱한 상태에서 상체가 앞으로 넘어지는 듯한 좀비를 연상시키는 자세".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도 각종 마약 오남용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과다복용이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최근 최근 5년 사이 이 약물의 과다복용 사망자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를 인용해 펜타닐 과다복용에 따른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연령표준화 기준)이 2016년 5.7명에서 2021년 21.6명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인종별로는 미국 원주민의 펜타닐 과용으로 인한 10만명당 사망률이 2021년 기준 33.1명으로 백인의 1.3배에 이르렀고, 아프리카계의 사망률도 10만명당 31.3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의 마약중독이 심각하다. 25∼31세(10만명 당 40.8명)와 35∼44세(10만명당 43.5명) 등 젊은 인구집단에서 전체 평균 사망자수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마약 중독자들을
마약 중독자들을 '좀비'로 만드는 합성마약 '펜타닐'. 연합뉴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펜타닐의 더 빠른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아편류 합성 마약인 이 약물은 치사량이 2㎎에 불과해 조금만 과용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참고로 같은 아편류로 분류되지만 필로폰의 경우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9.6명, 아편류 마약의 범람을 초래한 주범으로 꼽혀온 옥시코돈은 같은 기간 10만명당 사망자수가 1.5명이다.

악시오스는 최근 몇 년새 미국에서 자일라진, 니타젠과 같이 더 강력한 마약이 법의학자들의 우려를 살 정도로 퍼지고 있으나, 다수 검시소에서는 이들 마약 성분을 검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증가하는 펜타닐 위기는 주 또는 연방의회에 합성 아편류 마약의 밀매 단속 강화와 아편류 마약 해독제인 나르칸(성분명 날록손)의 접근 문턱 완화, 펜타닐 검사지의 합법화하라"고 촉구했다.

※용어설명

◆펜타닐(Fentanyl)=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벨기에의 제약회사인 얀센에서 개발했으며 현재는 특허가 만료되었다. 이 약물의 약효는 다른 진통제인 모르핀의 50배에서 100배에 달한다. 이런 강력한 효과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는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